까칠한시선/애니2017.01.12 07:30

생각해보니, 일본 애니메이션을 영화관에서 본적이 없다. 토토로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진격의 거인 등등 거의 모든 일본 애니는 다운을 받거나 올레티비를 통해 봤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너의 이름은", 마스터를 꺾고 엄청난 흥행몰이 중이라고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지금당장 영화관에서 확인을 하고 싶지않다. 조금만 기다리면 올레티비(IPTV)로 볼 수 있을 거 같기에, 잠시만 참기로 했다. 


대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들을 몰아서 봤다. 올레티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4개나 있어, 몰아서 하루만에 다 봤다. 4편의 애니메이션을 다 본후, 내린 결론은 애니는 참 좋은데 졸리다, 몇번이나 같은 장면을 되돌려야 했다, 애니메이션인데 실사인 듯 빛을 잘 활용한다, 동심보다는 사춘기 시절 느꼈던 애틋한 첫사랑을 생각나게 한다, 해피엔딩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최신작 너의 이름은, 영화관에서 보다가 잠들 수 있을 거 같기에, IPTV가 나올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서정성과 감성이 촉촉하게 배어있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4편의 애니가 그리 길지 않은 런닝타임임에도, 대하드라마를 본 듯 하루종일 봤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 흘러가는 시간들 (2016, She and Her Cat: Everything Flows,  彼女と彼女の猫 Everything Flows)

28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녀의 일상. 언제나 아침 일찍 일어나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도시락을 만들고 출근준비를 한다. 고양이는 창문을 통해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저녁에 들어온 그녀는 언제나 힘들어 보인다. 그녀의 힘든 삶을 대신 해줄 수 없지만, 고양이는 항상 그녀 옆에 있는다. 


반복되는 일상과 반복되는 화면으로 참 따분하고 지루하지만,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된다. 이유는 그림이 참 따뜻하기 때문이다. 느리게 걷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린 전개이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하늘과 빛이 너무 따뜻하다. 만화 속 주인공을 중심으로 봐야 하는데, 시선은 자꾸만 배경에 쏠린다. 애니메이션인데, 빛을 조명을 참 잘 사용하고 있다. 느린 전개로 지루할 거 같은데, 배경그림이 지루할 틈을 주고 있지 않다. 


일본 영화 특유의 서정성과 감성이 촉촉히 배어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 괜찮구나 하면서, 바로 다음 영화를 터치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The Place Promised in Our Early Days, 雲のむこう、約束の場所)

구름의 저편에는 그들이 약속한 장소가 있다. 시대는 과거인 듯 싶은데, 컴퓨터를 사용하는 걸로 봐서는 그리 먼 과거는 아닌 거 같다. 일본이 남북으로 분단되는 또 하나의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통치 아래에 사는 아오모리 소년 히로키와 타쿠야 그리고 동창생인 사유리, 그들이 주인공이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과 달리, 구름의 저편은 줄거리가 엄청 복잡하고 난해하다. 그저 첫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사유리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고, 그로 인해 두 남자는 헤어지게 된다. 비행기를 만들어, 구름의 저편 의문의 탑으로 가려는 그들의 목표는 어릴적 꿈으로 남겨된다. 여기서 사유리라는 여자의 존재가 참 묘하다. 그녀가 잠을 자게 된 이유와 의문의 탑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난해하고 묘한 전개에 난 잠에 빠져버렸고, 이때부터 구간반복을 하면서 봐야만 했다. 두남자와 한여자, 삼각관계일 줄 알았는데, 그런 뻔한 스토리는 아니다. 잠든 사유리를 깨우기 위해, 비행기를 다시 조립하고, 드디어 구름의 저편 악속의 장소로 떠난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날 것인가? 의문의 탑은 사라질 것인가? 해야할 말이 참 많은 거 같은데,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특히 의문의 탑은 왜 만들었고,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평행우주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던데, 그거랑 의문의 탑이랑 사유리와의 연결점은 잘 모르겠다.


4편 중 가장 어려운 애니였다. 그러나 영상미라고 해야하나? 이건 제일 좋았다. 특히 빛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고 있다. 내용은 어려웠지만, 캡쳐를 부르는 멋진 장면들이 많았다. 더불어 여러번 깊은 잠에 빠지게 한 애니였다.



초속 5센티미터 (2007, 5 Centimeters per Second,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고 한다. 3부작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각각 다른 애니인 줄 알았는데,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독서를 좋아하는 타카키와 아카리는 베프가 된다. 중학생이 된 후, 아카리가 멀리 전학을 간다. 그녀가 떠난 후 그도 또 멀리 떠나게 된다. 이사 가기 전 어느 겨울날, 타카키(남)는 아카리(여)를 만나기 위해 폭설을 뚫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간다. 원래 만나기로 한 시간은 저녁7시, 하지만 엄청난 폭설로 인해 11시가 돼서야 그녀가 있는 그곳에 도착한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갈 수 밖에 없었던 그,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녀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그녀는 거기에 있었고, 둘은 그렇게 함께 밤을 보내고 헤어진다. 그리고 두번째 이야기는 섬마을로 전학 온 타카키 이야기다. 아카리와 연락이 끊어진 거 같고, 보내지 못하는 문자를 계속 쓰는 걸로 봐서는 여전히 그녀를 생각하는거 같다. 


여기서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한다.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섬마을 소녀 카나에. 풋풋한 첫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들이 여러 등장한다.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고, 우연을 가장해 그와 함께 집으로 가고, 함께 음료수를 마시고, 끝내 고백은 못하지만 카나에는 그와 함께 하는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성인이 된 타카키와 아카리, 타카키는 사귀었던 여자와 헤어지고 회사까지 그만뒀다. 결혼을 앞둔 아카리는 짐을 정리하기 위해 고향집에 왔다가 어릴적 타카키에게 쓴 편지를 발견한다.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첫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버린 시간만큼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가 있을까? 한번은 만나고 싶겠지만, 그에게 또는 그녀에게 들키지 않고, 나 혼자만 멀리서 보고 싶을 거 같다.


첫사랑의 애틋함이 담긴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다. 보는내내 그 사람은 뭐하고 있을까? 나도 잠시나마 옛추억에 빠졌다. 애니메이션이면 뭐랄까, 조금은 판타지스럽게, 다시 만나 사랑을 한다는 결론을 줘도 좋을텐데, 인정머리 없게 너무 현실적인 결말이라 씁쓸했다.



언어의 정원 (2013, The Garden of Words, 言の葉の庭)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사람이 아니라, 비가 오면 그들은 공원으로 간다. 수업을 땡땡이치는 그와 출근하지 않고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는 그녀. 그들은 그렇게 비오는 날 공원에서 만났다. 왜 제목이 언어의 정원일까? 그녀가 문학선생이고, 그에게 주는 의문의 질문이 언어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참 거창해서, 더 심오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과하게 생각했던 거 같다.


구두디자이너를 꿈꾸는 그, 미각을 잃어 맥주와 초콜릿 맛만 느끼는 그녀. 서먹했던 그들은 장마가 시작됐다는 기상예보와 함께 거의 매일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된다. 사실은 그녀의 존재는 꽁꽁 숨긴채 그의 존재만 알아가게 된다. 그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거 같고, 이미 그의 존재는 안 그녀는 '난 선생님이고, 넌 학생이야', 이랬을 거 같다.


장마가 끝나고, 몰랐던 그녀의 존재를 그가 알아버렸다. 그래도 그는 용기를 내, 그녀에게 고백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나 멀리 떠나, 그래서 너 못 봐." 이런 된장, 그는 지금까지 말한 거 퇫퇫퇫 거짓말이라고 당신 참 잔인하다고 소리를 지른다. 참 유치하게도, 당신이 싫다고 말하는 그를 향해 그녀는 달려서 안긴다. 여기까지 보고, 일본은 우리와 다르구나. 난 선생, 넌 학생으로 끝나지 않는구나 했다.


하지만 결론은 그녀는 떠났고, 그는 꿈을 향해 열심히 도전 중이다. 역시나 현실적인 결말이다. 하지만 엔딩타이틀이 끝나고 나온 쿠키영상, 눈이 오는날 그는 혼자서 공원을 다시 찾는다. 그녀는 따났지만, 그녀에게 주지 못한 구두를 꺼낸다. 그들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첫사랑이 그러하듯,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는 참 현실적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은 동심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는 어린 조카와 함께 봐도 좋은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은 어른들의 위한 완벽한 동화이기에 혼자 보는게 가장 좋다. 최신작인 너의 이름은, 보고 싶지만 올레티비에서 해줄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서정성과 감성 충전을 너무 과하게 했더니, IPTV로 나올때까지 방전이 되지 않을 거 같다. 그것보다는 영화관에서 코까지 골면서 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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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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