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깐2017.04.10 07:30


하나를 먹어도 똑 소리나게, 하나를 먹어도 제대로, 그곳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더더욱 그렇게 하고자 노력을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남원에서 유명하다는 그곳으로 향했다. 기본이 2인부터라고 하던데, 혹시 안되면 어쩌쓰까? 전라북도 남원에 있는 동막골이다.



남원도 연탄돼지갈비가 유명하단다. 예전에는 연탄이 흔했을테니, 지역마다 연탄을 사용하는 음식점은 다 있었을 거 같다. 그러나 여기는 맛의 고장 전라도다. 고저 연탄갈비 하나를 시키면, 한정식처럼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왠지 불길하다. 1인은 받아주지 않을 거 같다. 그래서 전화부터 걸었다.


"(힘없는 목소리로) 저, 1인은 안받아주겠죠."

"다음에 친구랑 같이 와요. 원래 1인이 안받아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오늘이 아니면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거든요."

"그런데 아가씨 어디서 오셨수?"

"서울에서 왔어요. 남원은 처음이고, 동막골이 아주 맛있다고 엄청 많이 들었거든요.(왠지 희망이 보인다)"

"음... 안되지만, 서울에서 왔다니, 그럼 와요."

아싸~



연탄불을 사용한다는 증거가 딱 보인다. 서둘러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반가움에 아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다. 혼자지만 와도 된다고 해서 왔다고 하니, 전화를 받은 주인장이 자리가 없다. 잠시 나갔단다. 주인장이 직원에게 1인 손님이 온다는 말을 안해주고 나갔단다. 흑흑~ 진짜 눈물이 날뻔했다. 원래 안되는 거였는데, 괜한 짓을 했구나 싶어 나가려고 했더니, 직원분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서울에서 왔어요. 남원은 언제 다시 올 줄 모르는데... "그럼 드시고 가세요. 사장님이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겠죠. 자리에 앉으세요." "아~ 진짜 감사합니다."




전화를 한 시간이 오후 3시 40분쯤, 동막골에 도착한 시간이 4시쯤. 점심 장사를 끝내고 저녁 장사를 위해 준비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온거였다. 오로지 손님은 나 혼자, 기가막힌 타이밍이다. 5시만 됐어도 아무리 애원을 해도 안됐을테니깐. 



연탄돼지갈비 1인분을 주문하고 나서, 갑자기 룸에서 쉬고 있던 직원분이 총출동을 했다. 한분은 고기 굽는 곳으로 두분은 주방으로 한분은 상차림 담당, 나 하나때문에 모든 직원분들이 다 움직여야 하다니, 너무 죄송하고 고마웠다.



검색을 했을때, 음식이 참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진짜 상다리가 부러질만큼 어마어마하다. 연탄돼지갈비 1인분이 12,000원인데, 10만원이라도 해도 믿을 거 같다. 아직 메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임.



새콤한 열무김치에 배추김치, 계란옷입은 분홍소시지, 공깃밥 추가가 필요없는 찰밥, 쌈채소.



고소한 김자반, 번데기와 돈가스는 쫌 아닌듯, 달달한 멸치볶음, 애피타이저 호박죽과 샐러드, 후식용 식혜와 고구마맛탕.



양념게장, 후식용 후르츠칵테일과 김부각, 맛깔난 열무김치, 고기 먹을때 나오는 샐러드, 햄맛살볶음, 사라다, 버섯볶음까지 와 진짜 많다. 여기는 진짜 혼자 오면 안되는 곳이다. '다시한번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곧 폭발할 거 같은 계란찜까지 메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걸 혼자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음식이 부족하면 더 준다고 했지만, 너무 많은 관계로 리필은 하지 않았다. 



공깃밥을 주문하면 배가 불러서 음식을 많이 못 먹을테니, 밥은 찰밥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더 많이 먹기 위해, 단지 이 이유(^^)때문에 주문한 하이트. 



이제야 완전체가 됐다. 이게 12,000원 + 4,000원(하이트)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남원에 오길 참 잘했다.



돌판에 나왔지만, 먹다보면 식을 수 있으니, 가스불을 약하게 켜놓아야 한단다. 지글지글~ 양파의 단내와 함께 연탄불 향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연탄불향 옷을 입고 있는 돼지갈비. 너 참 오랜만이다. 같은 연탄불이지만, 대구는 얇은 고기를 사용한 석쇠불고기라면, 동막골은 두툼하고 큼직한 돼지갈비다.



약하지만 양념이 되어 있다. 그냥 먹어도 충분하지만, 쌈채소가 있으니 크게 한쌈을 하라는 의미다. 두툼한 고기가 주는 풍성한 식감이 참 좋다. 



크게 한쌈 했으니, 한잔할 타이밍이다. 아~ 행복하다.



이번에는 마늘에 짭쪼름한 열무김치까지 넣어서 크게 한쌈했다. 혼자 먹고 있지만, 전혀 쑥스럽지가 않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오로지 내 앞에 있는 맛난 음식에 포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뼈있는 부위는 가장 마지막에 먹어야 하는 법. 힌시간이 넘도록 먹고 또 먹었던 거 같다. 입은 쉬지 못하고 계속 움직였고, 그 덕에 위는 빵빵해지고, 배는 동그랗게 올라왔다.



디저트 타임. 고구마맛탕과 김부각, 식혜 그리고 후르츠칵테일. 이 중에서 최고는 김부각이다. 


달달한 호박죽을 시작으로 찰밥과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들, 특히 소면을 말아 먹고 싶었던 새콤 아삭한 열무 물김치, 간이 강하지 않아 많이 먹어도 괜찮았던 계란찜, 연한 양념에 연탄불 향을 제대로 품은 돼지갈비 그리고 고소함의 끝을 보여준 김부각까지 황송할 정도로 행복했다. 굳이 없어도 되는 음식이 몇개 정도 있긴 했지만, 잊을 수 없는 남원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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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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