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깐2017.04.26 07:30


서울중앙시장에 간 이유는 돼지곱창과 막창을 먹기 위해서다. 후배 어머님이 하는 곱창집이 그곳에 있어서다. 냄새때문에 곱창과 막창을 먹지 못한다고 했더니, 자기 집은 그렇지 않다고, 그러니 꼭 와서 먹어보란다. 그 당당함에 갔다. 서울중앙시장에 있는 막줄래 곱창이다.



꼭 와서 먹어보라고 했던게 벌써 3년전이다. 아무리 그래도 냄새가 나겠지 싶어 미루고 미뤘는데, 봄바람때문인가 보다. 내가 먼저 전화를 해서 주말에 가겠다. 그러니 맛있게 해다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말 아침, 두려움이 찾아 왔지만, 먹고 죽지는 않겠지 싶어 갔다. 서울중앙시장에 곱창집이 참 많던데, 후배 어머님이 하는 곳은 막줄래 곱창이다. 신당역에 내려서 서울중앙시장으로 들어왔다. 옥경이네 건생선을 지나, 천원짜리 호떡집을 지나 중앙통로를 계속 걷다보면, 시장의 또다른 입구가 보일즈음에 막줄래 곱창집이 나온다.


예전에는 시장 옆에서 식당을 했는데, 2~3년 전에 시장안으로 들어왔단다. 주변 동대문시장과 두타나 밀리오레 등 대형 쇼핑몰에 도시락 배달을 주로 많이 하는 관계로 영업시간은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라고 한다. 손맛이 좋아, 은근 인기가 많다고 후배는 그렇게 말했다. 음~ 그렇구나라면서, 영혼없는 리액션 중.



들어가면 바로 주방부터 나온다. 



주방을 지나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배달이 많고, 손님들 역시 실내보다는 밖에서 많이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먹는 공간이 그리 넓지 않다. 그래도 참 다행인 건, 화장실이 따로 있다. 전통시장이 현대화가 많이 됐다고 하지만, 화장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는 단독으로 화장실이 있다. 양변기에 상태도 아주 깨끗하니, 여기서는 맘껏 먹고 마실 수 있다.



왼쪽 메뉴 중 무뼈닭발과 꼼장어는 먹을 수 있다. 데리야끼는 닭이 아니라 곱창이다. 여기에 양념, 소금구이 그리고 야채곱창에 손대까지 넘어야 할 산이 겁나 많다. 

"언니 우선 막창 드실래요?"

"윽~ 곱창도 힘든데 막창이라니, 자신없다."

"저희집 막창 엄청 인기 있어요. 우선 가볍게 막창부터 가시죠.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반반 해드릴게요."

"소금은 자신없는데, 양념은 그나마 양념 맛으로 먹으면 되는데..."

"소금은 제가 먹을게요."

"그럼 그렇게 해다오."

마음의 소리는 닭도리탕이나 매운갈비찜이 먹고 싶다고 외치고 있지만, 온 목적이 있으니 시키는데로 하기로 했다.



곱창과 막창 초벌구이 중. 아하~ 이렇게 생겼구나. 참 맛있어 보인다라고 해야 하는데, 오늘따라 이 말이 안 나온다. 



잠시 후, 양념옷을 입은 막창이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면서 익어가고 있다. 냄새는 진짜 참 맛나는데, 맛도 정말 그럴까?



기본찬과 불판. 그리고 녹색이 잔.



기본찬은 아니고 기본양념 삼총사. 참기름과 후추 소금이 있는 기름장과 2개의 고추장 양념. 후배 어머님이 직접 만드는 양념이라고 한다. 초장은 양념구이용이고, 들깨가 들어간 고추장은 야채곱창용이라고 한다. 



고추와 마늘, 양파 그리고 양념장뿐인데, 어느새 소주를 2잔이나 마셨다. 왜냐하면 맨정신으로 막창과 곱창을 맞이하기 힘들어서다. 음식이 나오기 전, 이렇게 떨리긴 첨이다. 그런데 저 양념장, 은근 맛이 좋다. 엄마가 손맛이 좋아요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저 맛난 양념을 가지고, 굳이 곱창이나 막창이 아니라 다른 음식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나혼자만의 생각이다. 곱창과 막창용 양념인데, 혼자서 못 먹는다고 이러고 있다.



벌써 음식이 나왔다 싶었는데, 조금 더 기다리란다. 양파만 먹으려니 속이 부대꼈는데, 알배추가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다. 배추와 양파로 배를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후배에게 보인 나의 모습은 나름 멘토로서 꽤 괜찮은 선배였는데, 오늘은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줄 거 같다.



나왔다. 소금구이 반, 양념구이 반. 시작부터 하드코어인 막창이다. 진짜 오래전에 대구에서 처음으로 막창을 먹고, 기본찬으로 나온 겉절이를 혼자서 다 먹었던 적이 있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누린내를 잡기 위해, 짠 겉절이 한접시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그날 밤 배탈이 났다. 그 이후로 두번째다. 


소금구이부터 도전. 우선 냄새부터, 이게 왠열~ 냄새가 너무 좋다. 고추의 알싸한 매운향과 함께 고소한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돌다리도 확인하는 법이라고 하니, 막창대신 양파부터 먹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막창 밑에 깔려있던 양파를 집어서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향부터 맡았다. 전반적인 냄새는 참 좋았는데, 가까이에서 맡아보니 막창 특유의 냄새가 양파에 묻어있다. 이날 알았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누린내는 누린내가 아니라, 본연의 냄새였다는 걸. 강하지는 않았지만,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기에 소금구이는 후배에게 양보했다. 어차피 양념구이가 메인이었으니깐. 



회를 잘 못 먹는 사람은 초장맛으로 회를 먹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양념맛이다. 소금구이가 갖고 있던 재료 본연의 냄새가 양념을 만나니 사라졌다. 아무리 가까이에서 맡아봐도 냄새가 안난다. 그렇다면 먹어볼만 한다는 증거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막창의 모습과 너무 다르다. 가운데에 곱이 들어 있는 동그란 모양이어야 하는데, 요건 이상하다. 곱도 없고, 가운데가 막혀있다. 막창이 맞나 싶어 물어보니, 엄밀히 말하면 막창은 아니고 애기보란다. 설마해서 순대국에 들어가는 그 애기보가 맞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아하~ 막창도 힘든데 애기보까지 이거 참 난감하다. 이때 후배왈, "막창이나 곱창은 곱때문에 냄새가 난다. 그러나 애기보는 곱이 없다. 그리고 식감이 오도독하니, 날 믿고 먹어보라." 음. 음.. 음... 믿어도 될까?



단독으로 먹을 용기는 없으니, 무조건 쌈이다. 애기보 하나 올리고, 마늘에 고추에 양파까지 넣어 먹었다. 한번 두번쯤 씹으니, 후배가 말한 오도독과 함께 쫄깃한 식감이 느껴진다. 오돌뼈는 아니고, 꼼장어 먹을때 느꼈던 그 식감과 비슷하다. 재료 본연의 맛은 전혀 없고, 그저 식감만 있다. 연탄불과 초장이 만났고 여기에 쫄깃한 식감까지 이거 은근 괜찮다. 아하 애기보가 이런 맛, 아니 이런 식감이구나. 


다시한번 생김새를 보니, 흡사 꼼장어와 비슷해 보인다. 중간에 하얀 막대같은 건 없지만, 식감은 꼼장어보다 훨씬 좋다. 오도독하고 쫄깃함이 진짜 최강이다. 곱창과 막창은 질겨서, 끝까지 씹지 못하고 어느정도 씹다가 그냥 넘겼는데, 애기보는 아작아작 다 씹힌다. 이거 참, 식감이 은근 아니 엄청 괜찮다. 소금구이는 끝내 정복하지 못했지만, 양념구이는 혼자서 반정도는 먹었다. 두어번 정도 쌈을 싸지 않고 먹기도 했지만, 엄청 매운 고추에 마늘까지 다 넣어서 싸먹었다. 결론은 막창은 여전히 자신 없지만, 애기보는 가능성을 봤다.



돼지곱창에 도전. 원래 이렇게 나오지 않는다. 곱창 6개에 순대 3개만 넣고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순대가 없어서 곱창을 조금 더 많이 넣었다고 한다. 그래도 원래 나오는 양념곱창에 비해서는 곱창이 진짜 없는거다. 짠맛에 약한 입맛 보유자라서 양념을 덜 넣었고, 곱창을 바싹 구워야 어느정도 냄새가 사라지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제대로 솜씨를 발휘하지 못했단다. 



야채곱창에서 곱창이 말랑말랑하게 나왔다면, 냄새가 많이 날 수 있단다. 타지 않을 정도로 바싹 구운 다음에 양념을 넣고 볶아야 냄새가 덜 난단다. 막창처럼 곱창도 그동안 누린내라고 했었는데, 본연의 냄새를 누린내로 잘 못 알고 있었다. 최근에 장안동에서 먹었던 아니 냄새를 맡았던 양념곱창에 비해서는 냄새가 덜 난다. 그래도 아직은 넘기 어려운 산이다. 용기내서 과감하게 한점 먹었다가, 씹는 동안 양념맛은 사라지고 온전히 곱창만 남았을때, 훅하고 치고 들어온 냄새에 놀라서 끝내 넘기지 못했다. 


그냥 당면에 야채만 야금야금 먹었다. 그리고 짠맛을 싫어하긴 하지만, 간을 간간하게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는 걸 알았다. 뭔가 부족한 거 같아, 양념장을 조금 넣어서 먹었더니 짭조름함이 살아나 훨씬 좋았다. 끝내 곱창과 막창이란 높은 벽을 허물지 못했다. 대신 애기보라는 생각지도 못한 벽만 살짝 허물었다. 음식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좋아하는 것들만 먹어야겠다. 닭도리탕과 갈비찜은 미리 전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 전화하고 가야겠다. 곱창과 막창 도전은 이제 그만 하고, 대신 애기보 양념구이나 먹어야겠다. 결국 돼지곱창과 막창 그 맛이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모를 거 같다.





신고

Posted by 까칠양파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