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세이2014.12.15 07:30

 

까칠양파_11시11분

 

작고 동그란 원 안에 그려져 있는 1부터 12까지의 숫자와 긴 침과 작은 침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얇은 침까지, 아날로그 시계는 참 어려웠다. 12:01처럼 숫자로 시간이 나오는 디지털 시계는 나쁘다고 하면서 봐도 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아날로그 시계를 가지고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고 항상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왜 그러냐고, 왜 숫자시계를 보면 안되냐고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어려운 아날로그 시계로 시간을 보는 공부를 했었다.

 

그 영향인지, 성인이 되도록 디지털 시계는 시계가 아니라고 터부시했었다. 몇 번 손목시계를 바꿨지만 크기와 디자인이 다를 뿐, 무조건 아날로그 시계였다. 나에게 있어 디지털 시계는 그냥 있어도 무시하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다 휴대폰을 만나게 되고, 언제부터인지 시간을 보는 습관이 손목시계에서 휴대폰으로 넘어가버렸다. 결국 손목시계는 내 손목에서 사라진 존재가 되어 버렸고, 이제는 그렇게 터부시했던 디지털시계로 시간을 보고 있다.

 

12:50, 07:28, 17:30 등등 숫자로 나와 있는 디지털 시계로 시간을 보니 참 편하다. 이 편안함을 그 동안 모르고 살았다.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했으니 할말은 없지만, 늘 1~2분 정도 빠르게 해두었던 아날로그 시계와 달리 항상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디지털시계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데 더 편안 도구임은 확실하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한다. 전화나 문자가 와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봐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 '지금 몇 시지?' 하면서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나오는 시간에 따라 혼자만의 로또를 즐긴다. 오전과 저녁에 한번씩 딱 2번의 행운이지만, 누가 보면 피식 웃겠지만, 내가 정하는 나만의 작은 행운이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앞으로 영원히 나에게 있어 11시 11분은 나만의 로또다.

 

같은 숫자가 4번이 나와서(카드놀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라고 한다면 22시22분도 있다. 그러나 이건 시간 보는 방법을 조절해야 가능하다. 그럼 같은 숫자가 네 번 연속으로 나오는 경우는 없다. 10시 10분과12시 12분은 같은 숫자라고 볼 수 있지만, 4개의 같은 숫자는 아니므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11시 11분을 만나는 기회는 하루에 딱 2번이다. 오전과 늦은 저녁, 그날의 로또이기에 늦은 저녁보다는 오전에 봐야 효과가 좋다. 그럼 11시 11분을 보기 위해 11시부터 주기적으로 계속 확인을 해야 하는가? 그럼 절대 안 된다. 기회는 딱 한 번이다. 전화가 와서, 문자가 와서 확인하는 경우도 안 된다. 그저 지금의 시간이 궁금해 휴대폰 액정 화면에 불이 들어오고 바로 보이는 시간의 숫자가 11:11이 나온다면, 오늘은 왠지 무척 즐겁거나 행복하거나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신호다.

 

캡쳐를 했던 12월 10일 11시11분, 이날 나에게 맛나고 행복한 일이 있었다. 남들이 보면 그저 웃을 수 있는 일이지만,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특대형 방어를 먹었던 것이다(특대형 방어 포스팅은 내일!!). 이게 뭐야? 라고 말하는 이가 분명 있겠지만, 11:11은 남들은 넘길 수 있는 아주 작은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작지만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 시간이다.

 

그런데 은근 어렵다. 예전에는 자주 봤었는데, 요즈음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11:10과 11:12는 반대로 진짜 화가 나는 시간이다. 하필이면, 조금만 늦게, 조그만 빨리 봐야 했는데 하면서 스스로 자기 속을 빡빡 긁는다. 이딴 로또는 만들어 가지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11:11이 나오면, 또 뭐가 좋다고 실실 웃으면서 완전 행복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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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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