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2015.01.28 07:30

푸드메모리란,

파일은 400여개, 용량은 12기가, 3대의 뚝딱이 디카와 캐논 dsrl 그리고 아이폰과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까지 10년이 넘도록 찍고 모은 음식 사진들을 정리해서, 나만의 푸드 메모리를 만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음식이야기이다.

 

 

복지리(복맑은탕) - 부산 금수복국

안해도 되는 과음을 전날 엄청나게 했다. 진짜 해장의 왕인지 확인하고 싶어서다. 술 마신 다음날 복지리를 먹으면 숙취가 한방에 사라진다는 그 말이 정말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엄청나게 달려 지친 몸으로 금수복국으로 향했다. 복맑은탕(복지리)은 해장의 킹답게 가격대가 좀 나간다. 비주얼만 보면 맹탕같은 국물에 콩나물과 미나리 그리고 복어가 들어있다. 해장국은 얼큰해야 한다고 믿고 있던 나에게, 맘에 드는 비주얼은 아니었다. 그냥 더 비싼 복회를 먹었으면 숙취도 없었을텐데 하면서 국물부터 우선 먹어봤다.

 

맹탕같은 국물로 보였는데, 오호라~ 이게 적당히 슴슴하면서 알 수 없는 깊은 맛이 숨어 있었다. 콩나물과 미나리는 살짝 옆으로 밀쳐두고 복어부터 공략하기로 했다. 국물이 뜨거우니깐, 앞접시에 복어 한점을 담아 발라서 먹으니 회와는 전혀 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그런데 자꾸만 건더기보다는 국물에 숟가락이 간다. 입천장에 스크래치가 나도 상관없을 정도로 자꾸만 손이 간다. 땀인지 몸에 남아있던 알콜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사우나에 온듯한 효과를 주면서 그렇게 복지리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왜 해장국으로 복지리를 최고로 꼽는지 직접 알게 됐다. 부산에 가게되면 다시 먹어보어 싶다. 그 전에 또 달려야 하겠지.

 

 

도다리 쑥국 - 통영 분소식당

서울역에서 마산까지 밤기차를 타고, 마산에서 통영까지 아침 버스를 타고 통영에 도착을 했다. 무박 1일 강행군으로 지친 몸을 풀어주기 위해 찾은 음식은 바로 봄철 음식인 도다리 쑥국이다. 바다의 향과 육지의 향이 맛난 도다리 쑥국, 너무나 평범했기에 맛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선과 쑥 그리고 무만으로 이렇게 시원하고 깊은 맛을 줄 수 있다니 그저 놀라웠다.

 

국물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우선 도다리를 발라 먹으면서 함께 국물을 먹어줘야 한다. 그렇게 먹다가 귀찮다 싶으면 뼈에 붙어 있던 살을 다 발라 그릇에 담고 남은 국물에 밥 한공기를 말아준다. 그리고 김치 하나 올려서 호로록 먹으면 기차여행으로 살짝 어긋났던 뼈(?)가 제자리를 찾아 간다. 그렇게 3월의 어느날, 통영에서 맛본 도다리 쑥국으로 새봄을 맞이했었다. 평범하다고 화려하지 않다고 실망하면 안된다. 그 속에 담겨있는 진실을 알기 전까지 비주얼로만 판단해서는 절대 안된다. 만약에 볼품없어서 안 먹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거 같다. 그런데 맛을 모르고 사진만 본다면 딱히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생선 하나 채소 쬐금에 국물은 무진장 많이 들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맛을 알기에, 속이 쓰려온다.

 

 

오뎅 - 대학로 오뎅집

몇년 전만 해도 동네마다 이런 오뎅집들이 넘쳐났다. 거품이 많았던 찜닭의 인기처럼 오뎅집도 그렇게 하나 둘 없어지더니 이제는 여의도, 압구정 그리고 대학로에 가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 곳은 꼬치에 붙은 테이프의 색상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 네모란, 동그란, 길쭉한 오뎅과 내장고기 그리고 곤약까지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골라서 먹을 수 있었다. 주로 네모란 오뎅만을 집중 공략했다. 물론 가장 많이 먹는 건 국물이다. 추운 겨울 퇴근길, 가벼운 지갑사정을 감안하면 오뎅집만한 곳은 없었다.

 

그러나 가격이 착하다고, 맘 놓고 먹다가는 깜놀할 수 있다. 퇴근 후 바로 향하면 안되고, 저녁을 먹고 가야만 느긋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복에 가면 앉자마자 폭탄을 맞은 듯 저 녀석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곳에 오면 항상 마셨던 술이 있다. 뜨근한 청주에 복 지느러미를 구워 띄운 히레사케가 그것이다. 소주, 맥주와는 확연히 다른 풍미가 있다. 그리고 찬 청주와도 다른 풍미가 있다. 청주를 따뜻하게 마신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구운 복 지느너미라 들어 있어 더 놀라웠다. 살짝 쓴맛이 나기도 하지만, 추운 겨울 따끈한 오뎅과 따뜻한 히레사케만 있으면 행복했었다. 하루 종일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없어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간사이 오뎅 - 강남역 주변 어느 이자카야

오뎅바는 부산식 어묵으로 한국적인 맛이 난다. 그러나 이자카야의 오뎅은 일본식이다. 국물 역시 때깔부터 다르다. 무와 파 그리고 멸치로 육수를 낸 오뎅바는 맑은 탕이다. 이와 달리 가츠오부시와 간장으로 육수를 낸 이자카야는 검다. 그러나 둘다 뜨끈한 국물은 같다. 간사이 오뎅은 다양한 어묵과 곤약, 무 그리고 딱 하나밖에 안 주는 인기 많은 유부 주머니가 들어 있다.

 

유부주머니는 홍일점이거나, 술값을 내거나, 내가 먹으면 안돼요라고 애교를 부리거나 아니면 그냥 무데뽀로 공략을 하면 먹을 수 있다. 다른 오뎅에 비해 맛있지도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부 주머니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지, 유부 주머니는 늘 마지막까지 남겨 된다. 이때부터 티나지 않은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물론 다른 안주가 옆에 있어도 나처럼 포기 못하는 사람들이 꼭 있었다. 그래도 어릴때는 늘 항상 내가 먹었다. 그러나 연식이 쌓이면서 양보를 알게 됐고, 이제는 안 아니 못 먹는다. 유부주머니로만 가득찬 오뎅탕은 만들 수 없는 것인가?  

 

 

굴국밥 - 야탑에 있는 어느 굴전문 식당

겨울이면 굴, 굴하면 국밥이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겨울철, 굴국밥만한 녀석이 또 있을까 싶다. 석화, 굴무침, 굴튀김 등등 굴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국밥이 최고인거 같다. 대체적으로 5~8천원하는 가격대로 점심식사로 제격이다. 저녁은 석화랑 굴튀김에 소주한잔이 제격이겠지.

 

 

조개탕 - 대학로 백세주마을

뜨끈하고 시원하며 칼칼한 국물이 끝내주는 조개탕. 안주로 먹으면서 해장이 동시에 착한 음식이다. 조개탕만큼 홍합탕도 참 좋아했는데, 그동안 먹었던 홍합은 홍합이 아니라 지중해담치이며, 폐타이어를 재사용해서 양식을 하는 광경을 본 후 홍합탕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진짜 홍합을 만나지 전까지는 조개탕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조개 맛이 스며든 맑은 국물, 건더기를 먹어도 좋고 그냥 국물만 먹어돈 좋은 조개탕이다.

 

 

만두전골 - 광화문 평안도 만두집

뜨끈한 국물과 겨울 그리고 만두 = 만두전골이다. 이북식 만두에 갖은 채소와 고기 그리고 전과 가래떡, 버섯을 넣어 보글보글 끓여서 먹는 만두전골이다. 절대 혼자서는 먹을 수 없는 맛이다. 편한 친구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면서 먹어야 그 맛이 배가 되고 행복해진다.

 

커다란 만두가 4개 밖에 들어있지 않기에, 인원은 4인이내로 끊어야 한다. 추가 주문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을때 얘기다. 국물보다 내용물이 훨씬 많아 국물의 중요성을 가끔 놓칠때가 있다. 그러나 국물이 있었기에, 이 많은 부재료들이 만두와 만나 하나가 됐다고 생각한다. 만두는 하나밖에 먹지 못하지만, 다른 다양한 녀석들이 있어 괜찮다. 정 아쉽다면, 찐만두를 주문하면 된다.

 

 

□ 어북쟁반 - 삼성동 삼성국수

우리의 만두전골과 비슷한 북한식 만두전골, 어북쟁반이다. 채소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의 내용물을 보면 고기와 만두가 들어있다. 나중에 칼국수를 넣어서 먹을 수도 있다. 만두전골과 샤브샤브 그 중간쯤 되는 녀석이다. 탑처럼 쌓인 채소들은 끓기 시작함과 동시에 숨이 죽는다. 함께 나오는 간장소스에 찍어서 먹다보면 서서히 숨겨왔던 속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큼직한 이북식 만두와 소고기가 가득 들어 있다(만두가 있는 사진은 너무 떨사인 관계로 생락). 채소가 많아서 양이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4인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의 양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칼국수까지 넣어서 먹을 수 있으니, 뜨끈한 국물과 함께 든든한 한끼 식사로 제격이다. 고기육수에 채소국물이 스며들어 걸쭉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주는 국물이므로 남기지 말고 꼭 다 먹어야 한다.

 

 

□ 도루묵탕 - 종로 영덕대게

가을에 전어를 먹었으니 겨울은 도루묵을 먹어야 한다. 과메기와 함께 겨울이 되면 꼭 찾게 되는 음식이다. 동해바다에서만 잡힌다는 도루묵, 배가 볼록한 알밴 도루묵은 겨울이 되야 먹을 수 있다. 구이로도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늘 탕으로만 먹었다. 도루묵 한마리를 앞접시에 담으면 살보다는 엄청난 알에 새삼 놀란다. 그리고 톡톡 터뜨리면서 먹는 알은 맛은 물론 먹는 재미까지 준다. 알이 찐득거려서 못 먹다고 하지만, 그 맛에 먹기에 난 좋다.

 

솔직히 살은 별 맛이 없다. 모든 영양소는 알에 다 들어 있기에 알부터 공략해야 한다. 그리고 어두육미라고 대가리는 쪽쪽 빨아 먹으면 된다. 알을 톡톡, 대가리는 쪽쪽, 살은 쏘옥~ 맛과 함께 먹는 재미를 주는 도루묵이다. 물론 뜨끈한 국물은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생선이지만 비리지 않기에 국물이 개운하다.

 

 

□ 동태국 - 종로 영지동태국

동태보다 고니와 애가 듬뿍 들어가 있는 동태국이다. 내장으로 인해 국물이 엄청 진하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 수록 자꾸만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입안이 무지 느끼해졌다. 크림파스타를 먹을때보다 증상이 훨씬 심했다. 내장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 이렇게 되는 건가 싶다. 메뉴에 내장추가라고 있기에 했더니, 먹는내내 너무 힘들었다. 그냥 추가하지 말고 먹을걸 했지만, 내장을 좋아하는 1인인지라 남김없이 다 먹긴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머리의 통증은 금방 사라졌다. 그러나 느끼함은 좀 오래갔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너무 과하면 안된다는 진리를 또 이렇게 몸으로 직접 알게 됐다. 그러나 또 먹게 된다면, 난 어김없이 내장추가를 외칠거 같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제대로 맛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내장을 많이 주는 곳도 흔치 않으니, 무조건 내장추가를 해야 한다.

 

 

□ 새우 대가리가 들어간 라면 - 신길동 막내횟집

횟집에서 오도리를 먹고 남은 새우대가리는 그냥 버려야 할까? 아니다. 새우대가리를 리사이클링해 진정한 새우 라면을 만들면 된다. 새우맛만 나는 라면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맛이다. 전혀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의 새우향이 그대로 라면 속으로 스며들었다.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은 기본, 여기에 꼬들꼬들한 면발은 뽀너스다. 참 많이도 먹고, 질릴 때마다 브랜드를 달리하면서 먹었던 라면인데, 그래도 라면은 늘 새롭고 늘 맛나다. 다른건 몰라도 확실히 라면에는 중독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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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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