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2015.04.30 07:30

 

직지사에서 만난 예쁜 꽃!!

 

언제 당신을 처음 만났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문득 당신은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저기요~"하면서 말을 뗐지요. 저는 당연히 길을 헤매고 있는 불쌍한 어린 양인 줄 알고 당신을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그만… 당신은 제가 생각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습니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는 "000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해야 하는데, 당신은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라고 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막걸리는 잠시 헷갈려 할 때 당신은 그런 저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바로 들이댔습니다. "혹시 도를 믿으십니까?" 아~ 그렇습니다. 당신은 친절하게 다가와 저를 멘붕에 빠지게 했으면, 그걸 놓치지 않고 바로 훅을 날리셨지요.

 

그렇게 한번 두번 당한 저는 어느덧 딱딱한 딱지가 생겼고, 그 딱지가 다 사라질 무렵 당신을 대처할 수 있는 면역력이 생겼답니다. 당신과 다른 당신 그리도 또 다른 당신이 와도 절대 흔들리거나 겁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되었답니다.

 

 

어느 동네, 지역을 가도 늘 나만, 하필 나만 겪었던 '도를 믿으십니까?" 진짜 징글징글했다. "인상이 참 좋다", "사람이 좋아 보인다", "따뜻해 보이는 인상을 가졌다" 등등 늘 같은 패턴으로 들이댔던 그들이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왜이러세요"라고 말하면 막 뛰어갔다. 그 다음은 못 들은 척하면서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린 후에 살짝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물론 그들도 이런 나를 놓치지 않고 계속 말을 걸면서 따라오지만, 시선을 피했기에 결국 돌아선다.

 

이렇게 하면 그들을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두 사람이 다가왔다. 시선을 돌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쎄 그만 양쪽에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그들이 있다. 위아래로는 시선을 돌릴 수 없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어쩐다. 이걸 어쩐다. 결국 피하지 말고 맞서기로 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최대한 무섭게, 눈이 찢어지도록 매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눈꺼풀은 절대 움직여서는 안되고, 힘이 들어간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지만, 절대 깜박이지 않고 그렇게 한동안 그들을 쳐다봤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 줄 거란 생각에, 신나하던 그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당황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들이 먼저 떠났다. 그렇게 사태는 일단락이 됐지만, 나에게 남은건 시린 눈이었다. 눈에 힘을 푸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왜 하필 그들이 좋아하는 페이스를 가졌는지 신세한탄을 하면서 그렇게 가던 길을 갔다.

 

그리고는 한동안 그들을 만날 일이 없었다. 내 페이스가 변했나? 아님 그들이 찾는 페이스가 달라졌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잘 지내던 어느 날, 기습적으로 그들이 찾아왔다.

 

"인상이 좋으시네요."

(이어폰을 끼고 있어 안 들린다고 연기하는 중 하지만 속마음은) '그래 안다 이눔아. 알아 알아. 그러니 꺼져줄래.'

(계속 따라오면서, 옷이 닿을 듯 말듯한 위치에서) "인상 좋다는 말 많이 들으시죠. 진짜 좋아 보이시거든요"

(역시나 안 들려요 연기 중) '차라리 이쁘다고 했으면 쳐다봐줄 텐데, 서비스가 영 엉망이다.'

5미터 정도 같이 걷다가 끝내 그들(남녀 복식조)은 떠났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다른 복식조가 또 "인상이 푸근해 보이시네요."

'너 죽을래. 이게 어따 대고 푸근 이래, 푸근 소리 듣기 싫어서 운동하는거 안 보여'

걸음을 멈추고 째려볼까 했지만,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생각으로 못 듣는 연기를 했다. 그러나 걸음은 아까보다 빠르게 해,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 안 오겠지. 설마 3번 연속으로 만나지는 않겠지 하면서 계속 걷기운동을 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나처럼 걷기 운동을 하는지 한 남자가 열심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로 보이지도 않고, 동네에 나온듯한 옷차림이기에 신경 쓰지 않고 가던 길을 가고 있었는데, 그런데 정말 순간적으로 방향을 내 쪽으로 확 틀더니, "인상이 좋으시네요."

 

'아~ 이런 된장, 이 인간하고는 눈도 마주쳤는데, 이런 SEE.' 이어폰을 끼고 있었지만, 못 듣는 연기를 할 수 없었다. 옆에서 오는 공격이 아니라, 저 멀리 바라보면서 오는 공격은 처음이었다. 어찌해야 하나? 삼세번이라도 하는데, 속는셈 치고 들어줄까 싶었지만, 왠지 아까 만났던 그들과 연락을 하면서 '지금 가고 있는 저 여자 꼭 잡아, 잘 꼬시면 넘어올 거 같아'라고 말했을거 같아, 지고 싶지 않았다.

 

못 듣는 연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니, 마지막 남은 연기는 하나뿐이다. 이어폰을 핸즈프리 삼아 통화하면서 걸었던 거처럼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음악은 잠시 정지를 해놓고, "어.... 그래.... 음..........그렇군..... 하하..........." 이런 발연기가 어디 있을까? 급했기에 나왔지만, 누가 봐도 티가 나는 그런 연기였다. 그래도 그는 떠났다.

 

이기긴 했는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다음날 또 걷기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들을 다시 만날거 같아, 다른 길로 내가 먼저 피했다. 솔직히 원래 가던 길에서 길을 건너 맞은편으로 갔는데, 너무 신기했다. 여기는 그들이 없다. 그럼 저쪽 길이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영업로드인가? 그들도 활동영역이 따로 정해져 있어, 거기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건가? 암튼 이제는 제발 그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성형을 할까? 모나고 뾰족하고 사나운 인상으로 말이다.

 

 

나의 이야기는 아니고, 어느 분(철수)과 어느 분(영희)의 썸 이야기다.

 

철수는 선배다. 선배라는 점을 이용해서 신입생이 오면 항상 들이댄다. 넘어오면 사귀고, 아니면 쿨하게 포기한다. "내년에도 후배는 또 생기니깐"이러면서 말이다. 그런 철수에게 후배 영희가 들어왔다. 참하고 귀여운 외모에 비서라는 스펙까지 가만히 있을 철수가 아니다.

 

본인 수업은 안 듣고 영희 수업을 같이 듣는다. 선배라면서 밥도 사주고, 모르는거 있음 물어봐 이러면서 영희 주변을 맴돈다. 덕분에 영희 동기들은 공짜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좋았지만, 본인은 내색을 안 한다. 본인도 싫지 않은거 같은데, 딱 거기까지다. 동기들은 웬만하면 받아주라, 아니다 좀더 얻어먹자, 철수선배 벌써 몇 년째 저러는지 아니, 니가 버릇 좀 고쳐라 등등 조언인 듯 조언 아닌 조언 같은 말들을 많이 한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주말에 영희와 철수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둘이서만 만나 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문의 진상은 점점 사실로 밝혀졌고, 드디어 철수에게 봄이 왔구나 했다. 주변 사람들은 결과에 대해 내기 아닌 내기를 하기 시작했다. 둘이 사귄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고, 봄날 찾아온 우리만의 엄청난 스캔들은 그렇게 맛난 안주거리가 되어갔다.

 

둘이 만났다는 주말이 지났다. 그리고 한동안 철수가 보이지 않았다. 영희에게 그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녀는 말이 없었다. 결국 둘이 깨졌다는 씁쓸한 결과만 예측한 채로 엄청난 스캔들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었다. 1년 후 철수와 가장 친했던 친구가 들려준 그날의 진실은 과히 엄청난 것이었다.

 

주말 약속 장소는 강남 모 레스토랑. 자신에게 찾아온 봄을 위해 철수는 엄청 신경을 써서 머리를 하고 옷을 입었다고 한다. 그렇게 약속장소에 도착한 후 영희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때 영희에게 온 문자 하나. "선배님, 저 여기서 우연히 친한 언니를 만났는데, 같이 가도 될까요? 너무 오랜만에 만나 거라서 점심이라고 같이 먹고 싶거든요." 단둘이 만나고 싶긴 했지만, 우연히 만났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레스토랑에 들어왔고, 같이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디저트가 나올 무렵 영희는 화장실에 간다면서 자리를 빠져 나왔고, 철수는 우연히 만났다는 언니와 함께 있게 되었다. 안 봐도 어색한 분위기였겠지. 그런데 그때…

 

"영희 선배님이라면서요. 그런데 인상이 참 좋으세요."

설마 아니겠지. 철수는 영희 언니라서, 자기를 좋게 봐준다고 생각하고 고맙다고 했단다.

 

화장실간 영희가 오고, 그 언니는 또다시 "혹시 도를 아세요?"

돌리지 않고 바로 돌직구를 날렸다. 그런데 철수는 여전히 몰랐다고 한다. 왜냐면 영희가 옆에서 아무 일도 아니라면서 웃으면서 있었기 때문이란다. 이건 니가 알고 있던 그게 아니야 그런 표정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요 앞에 제가 자주 가는 000(정확한 용어는 기억나지 않음)이 있는게 같이 가실래요? 가면 엄청 도움이 많이 되실거에요"

제대로 낚였다.

 

000까지 갔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런데 추정을 해보면, 갔을거 같다. 왜냐하면 그날 이후 한동안 철수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학교에 나와서는 영희를 투명인간 취급했으니 말이다. 철수에게 정말 갔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를 위해 묻어두기로 했다.

 

정리를 하자면, 작정을 하고 만났던 거 같다. 만나는 장소를 000이 가까운 곳으로 한 사람이 영희였다고 한다. 우연히 만났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같이 왔던거 같다. 그런데 철수가 거기 갔는지 물어보지 않은 거처럼, 영희가 그들 멤버인지 역시 물어보지 않았다. 그대신 영희가 학교가 아닌 곳에서 단둘이 만나자고 하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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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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