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2015.05.08 07:30

 

(출처 - 다음영화, 어벤져스2)

 

퇴근 길, 만원버스. 000 정류장에 버스가 멈췄고, 뒷문이 열리자 하나 둘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더 많았고, 탈 때는 앞문 내릴 때는 뒷문이라는 암묵적인 규칙이 깨지더니 뒷문으로도 사람들이 마구 타기 시작했다. 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콩나물 시루 버스가 되어 버렸다. 버스 기사는 내리고 타는 사람이 없자 뒷문이 닫았다. 그런데 그때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저기, 차 문 좀…"

 

버스 기사는 그녀의 목소리를 절대 들을 수 없었다. 숨 쉴 공간도 없이 꽉 막힌 만원버스 안에서, 작고 작은 목소리는 기사에게 가기도 전에 중간에서 산산이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더 크게 말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버스 안 모든 사람들에게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하차 벨을 눌렀다. 아직 버스가 출발을 안 했으니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기 위한 벨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 이런 생각을 했을 거 같다. 그러나 기사는 앞문에서 계속 들어오는 승객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포기했나, 그래 크게 말할 자신도 없으니, 그냥 포기했구나'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안 내리면 다음 정류장은 한참 가야 나올 텐데,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저기요~ 아직 못 내린 사람 있어요."(버스 안 모든 사람들에게 다 들리도록)

 

띵~~ 뒷문이 열렸고 그녀가 내렸다. 창문 너머로 그녀의 웃는 얼굴을 봤다. 그리고 버스는 아무 일 없듯, 출발했다.

 

시간을 살짝 거슬러 올라가서, 그녀의 난처함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게 미리 나와서 내릴 준비를 하지.'

'아니 목소리 뒀다 뭐해. 이럴 때 크게 말해야지, 모기 소리만 내고.'

'지가 무슨 공주야. 됐어. 그냥 한정거장 더 가라고 해.'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움을 준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참 별거 아닌데, 그냥 큰 목소리로 문을 열어 달라고 한거 뿐인데, 그 한마디로 인해 그녀는 내렸고 다시 세상(버스)은 평화가 찾아왔다.

 

 

파란하늘 뭉게구름

 

영웅, 히어로는 초능력이 있거나,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엄청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에게 도움을 준 그는 히어로가 아니었을까? 사전적인 의미로 <영웅은 어떤 분야에서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이루어 대중으로부터 열광적으로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작은 의미로 곤란한 일이 생겼을때 도움을 주는 사람도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지만 그녀에게 도움을 준 그를 히어로, 영웅이라고 말하고 싶다.

 

못 내린 그녀의 난처함을 보고, 함께 걱정해주다 버스 기사 방향으로 우렁찬 목소리를 선사한 그는 내 옆에 서 있던 평범한 남자였다. 그녀가 하차 벨을 다시 누르고, 작은 목소리고 열어주세요 라고 말하고,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을 쭉 지켜보고 있더니, 생판 모르는 남 일인데도 불구하고 만원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에게 다 들릴 정도로 기사에게 말하는 그를 보자마자, "당신은 히어로군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솔직히 그녀가 나였다면, 나도 그녀처럼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한정거장을 그냥 갔을 것이다. 아니 그런 적이 있었다. 뒤쪽 부근에 앉아 있었는데, 내리고 타는 사람들에 치여 내리지 못하고 2정거장이나 지나고 나서야 내렸던 것이다. 나도 내려달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꿀 먹은 벙어리마냥 말이 안 나왔다. 결국 미리 준비하지 못한 내 책임이라고 자책하고 포기했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 미리미리 내릴 준비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뒷문 바로 옆에 앉아도 다음에 내리게 되면 벌떡 일어나 내릴 준비를 마친다. 좀더 앉았다가 일어나도 되는데, 사람들도 없으니 굳이 미리 준비할 필요도 없는데, 내 몸이 알아서 뒷문 손잡이를 잡아 버린다.

 

나에게는 히어로가 없었지만, 그녀에게는 있었다. 도움을 주고 사라지는 영화 속 히어로처럼 그도 그렇게 도와준 후 아무 일 없듯, 다시 조용한 승객이 되었다. 그녀는 누가 자기를 도와줬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 도움만은 기억할거라 생각한다. 아주 작은 일이라서 금방 잊혀지겠지만, 비슷한 상황에 닥치게 되면 그날의 일이 기억나지 않을까?

 

그도 그녀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저 옆에서 보니 안타까워서 도와줬을 뿐이다. 너무 작은 도움이라 그도 잊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모르는 히어로 기질은 머리가 아니고 몸이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난감할 일에 빠지게 되면 그는 또 머리보다는 몸이 알아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을거 같다.

 

히어로나 영웅은 영화에서만 만나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구를 구해야, 세계를 구해야, 악과 싸워 이겨야 영웅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진짜 영웅은 우리 가까이, 아주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절대 영웅처럼 보이지 않게 행동하는 그들이기에, 찾으려고 하면 절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작은 일이지만, 난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은 나타날 것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부터 참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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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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