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세이2015.08.05 07:30


언제부터였을까? 그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끝은 기억난다. 내 생애 첫 휴대전화인 018 pcs 폰을 구입하고 난후,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지갑 속 필수품이였는데, 한순간 사라진 녀석. 네가 없으면 늘 불안불안하고, 언제나 한두개쯤 갖고 다녀야 맘이 편했는데, 이제는 필요없어진 존재가 되었구나. 


0원이 되면, 그 존재가치는 사라지기에 늘 버렸다. 그러다 또 언제부터였을까? 한번 모아보자. 그렇게 한두개씩 모으다보니, 48개 화투에서 2개가 부족한 46장을 모았다. 그리고 한동안 또 잊고 있었다. 그러다 몇년 전 책상을 정리하기 위해, 서랍 안쪽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던 녀석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쓰레기통으로 버렸다가, 다시 꺼냈다. 버려도 되는데.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버릴 필요가 있을까 싶어 깊숙한 그 곳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며칠 전, 고장난 서랍을 고치기 위해 물건들을 옮기던 중 다시 녀석을 만났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녀석을 말이다. '아직도 안 버렸구나, 이번에 버리자, 에이 그냥 두자.' 진짜 강한 생명력이다. 물건을 잘 버리는 1인인데, 너는 이상하게 안 버리니깐 말이다. 추억이 아닌데, 추억의이 되어 버린, 공중전화카드. 녀석을 만나자.



공중전화카드의 시초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당시였단다. 선수와 임원을 위해 경기장과 선수촌 등지에 공중전화기를 설치하고, 전화카드를 발행했다고 한다. 1986년이라면, 29년 전이다. 진짜 얼마 안됐는데, 벌써 추억의 물건이 되다니, 휴대폰이란 기계가 참 대단한거 같다. 공중전화카드 전성기는 아마도 삐삐 전성기와 함께 하지 않았을까 싶다.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카드 들고 줄서 있던 적이 많았으니깐 말이다. 카드가격도 2,000원 3,000원 5,000원으로 참 다양했다. 근데 2,900원과 4,800원은 뭐지? 판매금액은 3,000원과 5,000원이었을텐데, 아마도 세금이겠지. 



갖고 있던 카드들을 테마별로 정리해봤다. 첫번째 테마는 꽃이다. 야생화같은데, 카드만 제대로 봤어도 꽃 이름 외우기 어렵지 않았을거 같다. 



두번째 테마는 조류. 가장 많이 모은 카드다. 한 곳에서 구입하지는 않았을텐데, 동일한 카드들이 많다. 지금이야 카드 앞면에 신경을 쓰지, 예전에는 뒷면과 남은 금액만 봤을거 같다. 돈 떨어지면 또 구입해야 했으니 말이다.



세번째 테마는 여행. 남대문과 부산탑 그리고 아직 못 가본 해남 땅끝 탑도 있네.



네번째 테마는 잡동사니. 1995년에 무궁화호 위성이 발사했구나. 1999년 1월의 문화인물은 이중섭이란다. 청개구리 이야기도 있고, 윷놀이도 하고, 있을거 다 있고, 없을거 없는 화개장터 같다.



요즘은 헌혈을 하면 영화관람권을 주는데, 예전에는 공중전화카드를 줬나보다. 그리고 달력과 지역번호까지, 알찬 정보들이 참 많았다.



공짜로 받았던 카드들은 대부분 다 광고용이었다. 99년에 SBS가 표준 FM을 개국했었구나. 무료로 받은만큼, 빨리 써버리게 된다. 인심 쓴다고 친구들에게 팍팍 빌려줬기 때문이다. 



행복은 가족사랑에서 온단다. 공중전화카드가 얼마나 귀했으면, 이름과 전화번호를 일반펜도 아니고 유성펜으로 기재하라고 했을까? 잃어버려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카드인데, 여기에 개인정보까지 덤으로 줄 필요는 없을거 같다. 이때는 개인정보 유출이란 말조차 없던 시절이니깐,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수 있었을까?



46장의 공중전화카드. 지금도 판매를 하고 있을텐데, 요즘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휴대폰의 등장으로 인해 공중전화 자체가 많이 사라진 지금, 전화카드 역시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버린거 같다. 근데 이거 갖고 있다고 돈이 될 수 있을까? 딱히 돈이 될만한 카드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한때나마 소중한 필수품이었으니, 어릴적 일기장과 함께 보관해야겠다. 이 중에 0원이 아닌 카드가 있었는데, 생각이 안난다. 하나하나 확인해 볼 수도 없고, 근데 돈이 남아 있다면 환불할 수 있을까? 



다음 모바일 초이스 블로그에 두둥~ (20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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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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