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2015.09.16 07:30


본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나팔꽃!!

지난주 SBS 백종원의 3대천왕 떡볶이 편을 봤다. 분식계의 최강자이자 영원한 1순위는 바로 떡볶이다. 그런데 나의 시선은 떡볶이 보다는 자꾸만 핫도그로 향했다. 엄청난 크기의 소시지에 반죽을 한번 말아 튀기고, 다시 도톰하게 만들어서 튀기면 바삭과 폭신을 왔다갔다 하는 그 맛, 핫도그가 완성된다. 그러나 뭐니뭐해도 핫도그의 백미는 바로 꽁꽁 숨어 있는 소시지다.

 

그거 하나 먹자고, 맛없는 밀가루 반죽을 꾸역꾸역 먹었는데, 그러다 허무하게도 핫도그 크기의 30%로 밖에 안 되는 소시지 크기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감자 옷을 입혀 더 바삭하고 맛나게, 그리고 핫도그 크기만한 소시지로 인해 다 먹을 때까지 소시지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왜 지금의 핫도그보다는 어릴 적 먹었던 부실했던 그 핫도그가 더 생각이 날까?

 

 

친구네 부모님이 구멍가게를 한다면, 나의 소원은 가게집 자식이 되는 거였다. 친구네 부모님이 문방구를 한다면, 나의 소원은 문방구집 자식이 되는 거였다. 이유는 단 하나, 나도 그들처럼 실컷 군것질을 하고, 실컷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끔 맘 속에 고이 담아둔 소원을 입 밖으로 꺼내면, 항상 매를 벌었다. 돈이라면 모를까, 굳이 매까지 벌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국민학교 지금은 초등학교 2~3학년때였을까? 구멍가게보다, 문방구보다 더 대단한 친구를 만났다. 작은 규모의 가게였는데, 늘 거기에 가면 고소한 기름냄새가 났다. 동그란 통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기름, 통 테두리에는 무언가를 꽂을 수 있는 집게 같은 게 설치되어 있었다. 갈 때마다 나무젓가락이 담겨 있기에, 젓가락을 튀겨서 먹는 건가 했었다.

 

그런데 기름 속에 잠긴 그것을 몰랐었다. 젓가락이 아닌, 봉긋하고 도톰한 핫도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너는 이것도 모르니? 하면서 자기 혼자 맛나게 먹던 친구, 완전 부러웠다. 엄마에게 울면서 달려가, 나도 핫도그 하나만 사줘 하면서 생떼를 쓰고 겨우 50원을 받아냈다.

 

눈물 콧물 다 쏟아낸 후, 받아낸 50원을 들고 친구네 핫도그 집으로 갔다. 그리고 당당하게 주문을 했다. 친구 엄마가 동그란 통 테두리에 갇혀 있던 녀석들 중 하나를 꺼냈다. 먹지 않아도 바삭바삭 아니 파삭파삭할거 같은 비주얼 깡패 핫도그가 등장했다. 그냥 먹어도 되는데, 친구엄마는 친절히 핫도그에 하얀 설탕 비를 내리더니, 빨간 케첩 눈까지 회오리를 치면서 뿌려주셨다.

 


(출처 - SBS)

오호~ 이건 이건 그냥 막 먹을 수가 없다. 우선 케첩부터 혀로 핥아야 한다. 달큼하고 새콤한 케첩의 맛은 역시 최고의 맛이다. 아직 핫도그는 시작도 안 했는데, 케첩이 사라졌다. 조심스럽게 한번 더 눈을 내려달라고 한 후 그 상태로 조심스럽게 들고 집으로 왔다. 너무 소중한 핫도그였기에, 아끼고 또 아껴서 먹고 싶었다.

 

그런데 하필, 집 앞에서 함께 살던 외삼촌을 만났다. 핫도그를 쳐다보던 음흉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린 양에게 찾아온 최고의 선물을 늑대는 감언이설로 꼬드기기 시작했다.


"너 이거 뭐지 알아?"

"이거 핫도그잖아."

"근데 이거 어떻게 먹는 줄 알아?"

"먹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거야? 그냥 먹으면 안돼?"

"이런 바보. 이거 잘 못 먹으면 배탈 날 수 있거든, 핫도그라는 건 원래 먹는 방법이 따로 있는데 삼촌이 알려줄까?"


안돼 절대 넘어가면 안돼 라고 지금의 내가 어린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데, 벌써 어린 나는 넘어가 버렸다. 삼촌에게 넘어간 핫도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건 이렇게 먹는 거야 하면서, 핫도그의 윗부분을 댕강 입으로 넣어 버렸다. 그러면서 늑대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 핫도그 속에는 몸에 아주 나쁜 게 들어 있거든,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데 어른은 좀 괜찮거든. 나쁜 부위는 이 삼촌이 다 먹었으니, 이젠 먹어도 돼."

제일 맛난 소시지 부분을 먹고는 맛없는 아랫부분만 남겨준 것이었다. 처음 먹는 거지만, 그 동안 수도 없이 봤던 핫도그이므로 소시지의 존재 여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부분을, 조카가 눈물 콧물 흘리면서 어렵게 구한 돈으로 구입한 핫도그의 백미를 늑대가 오롯이 차지를 하다니, 이럴 때 늑대를 잡는 방법은 하나다.

 

땅에 앉는다. 그리고 양 다리를 왼쪽 오른쪽, 또는 위 아래 위위 아래 방향으로 흔들면서 한 손에는 핫도그를 다른 손은 늑대를 가리키면서 대성통곡을 시작한다. 너무 심하게 울면 말이 안 나올 때가 있다.

"삼….이…….흑흑…. 내……핫…그를….흑흑 다……."


나의 서러움 심정을 누가 알아줬으면, 아껴 먹기 위해 케첩만 조금씩 먹으면서 왔는데, 하필 늑대를 만나서, 세상 다 산 거처럼 펑펑 울었다. 장난 삼아 시작했는데, 나의 격렬한 반응에 놀란 늑대 삼촌은 "그만 그만 핫도그 사줄게" 하면서 나를 달랬지만, 나의 눈물은 그칠 생각이 없다. 한 개로 협상은 마무리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게 울고 있는데, 1대1로 끝나면 안 된다. 조심스레 엄지, 검지, 중지로 3이라는 숫자를 만든 후, 협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늑대 외삼촌 아니 너무 멋지고 좋은 외삼촌이 거금 300원을 줬다. 난 핫도그 3개였는데, 그는 300원으로 알았나 보다.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 없이 그렇게 협상이 끝이 났고, 두 번이나 격정적인 연기를 했던 나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친구네 핫도그 집으로 뛰어갔다.

 

"아줌마 핫도그 하나 더 주세요. 그리고 설탕과 케첩 많이 많이 뿌려주세요."



다시 내 손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핫도그. 두고두고 아껴 먹어야 하는데 아끼면 못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후라 가게 앞에서 바로 먹기 시작했다. 삼촌처럼 한입 가득 크게 베어 먹을까? 아니야. 어떻게 얻은 핫도그인데 이렇게 먹을 수는 없지. 소시지는 맨 나중에 먹기로 하고, 우선 바삭한 빵부터 돌돌 돌리면서 먹기 시작했다. 소시지에게 상처가 가면 안되기에, 살살 달래면서 돌려야 한다. 한 겹 옷을 벗기니 촉촉한 하얀 빵이 작은 빵 주변에 덕지덕지 붙여있다.

 

아직 작은 빵을 먹을 단계가 아니므로, 붙여있는 떡 같은 하얀 빵부터 조심스럽게 핥아서 제거를 한다. 1차 작업이 드디어 끝났다. 새끼손가락만한 작은 빵만 남았다. 이 빵 속에는 분명 고소하고 달달한 분홍 소시지가 들어 있을 것이다. 아까 보다 더 정교한 작업으로 빵과 소시지를 분리하기 시작한다. 죠스바를 녹여먹듯, 빵을 녹여서 먹기 시작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드디어 녀석을 만났다. 작고 작은 분홍 소시지. 한 입 크기도 안 되는 녀석을 이번에는 잘게 잘게 끊어서 먹는다. 그냥 먹어도 되건만, 뭐 그리 아깝다고 그렇게나 소중히 먹었던지, 누가 보면 스테이크라도 먹는 거처럼 소중히 다루면서 그렇게 핫도그와의 첫 만남이 끝이 났다.

 

그날 이후 친구네 핫도그 집에 출근도장을 찍게 됐고, 돈이 생기면 무조건 핫도그였다. 그러다 아르바이트까지 하기도 했다. 일요일 아침에 일찍 가면, 친구엄마는 동그란 통에 기름을 붓고, 전날 만든 반죽상태를 확인하신다. 그리고는 커다란 비닐봉투 하나를 꺼낸다. 크레파스인가 싶었는데, 이런 분홍 소지시다. 분명히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였는데, 비닐 속에 담긴 소시지는 나무젓가락만한 크기다. 원래는 이렇게 큰 소시지였구나. 그런데 왜? 하는 순간, 하나였던 소시지가 3개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20개였던 소시지는 60개가 되었고, 나와 친구는 60개의 나무젓가락에 소시지를 다 꽂아야만 했다. 그리고 받은 열정페이(?)는 핫도그였다. 그래도 좋았다. 핫도그만 먹을 수 있다면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먹었던 핫도그 속 소시지는 참 멋없는 소시지였는데, 누가 봐도 불량식품 같았는데, 그거라도 먹을 수 있으면 엄청 행복했었다. 지금은 핫도그 크기만한 소시지가 들어있어 다 먹을 때까지 그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그때는 소시지가 없는 부분은 맛이 없었다. 그래서 빵과 소시지를 같이 먹지 않고, 맛없는 빵부터 먹고, 소시지는 맨 나중에 먹었다. 그게 정석인 줄 알았다.

 

겉면은 바삭했지만, 속살은 술빵처럼 시큼한 맛이 났던 그때 그 핫도그. 새끼손가락만한 소시지가 뭐라고 아이스크림 먹듯 녹여 먹어야만 했던 그때 그 핫도그. 나무젓가락에 살짝 걸쳐있던 걸 모르고 빵부터 먹었다가 바닥에 흘려 펑펑 울었던 그때 그 핫도그. 월요일은 노란색 핫도그였는데 금요일이 되면 짙은 갈색으로 변했던 그때 그 핫도그. 한번이라도 좋으니 거침없이 확 깨물고 싶었던 그때 그 핫도그.

 

지금은 거침없이 깨물 수 있고, 바닥에 떨어져도 울지 않을 수 있고, 나쁜 기름 사용으로 짙은 갈색 핫도그를 만날 수도 없고, 시큼한 맛은 노~ 바삭함에 촉촉함 여기에 화려해진 비주얼까지 단연코 훨씬 좋아졌지만, 이상하게 끌리지 않는다. 길쭉한 빵을 세로로 잘라 소시지와 양파, 피클을 넣고 겨자 소스를 뿌린 진짜 핫도그 맛을 알게 됐기 때문인가? 아니면, 어릴 적 그 맛이 그립기 때문일까? 그래서 방송 내내 핫도그만 바라봤나 보다. 훨씬 커진 소시지는 다르지만, 두번 튀겨내고, 설탕과 케첩을 뿌린 그때 그 핫도그와 너무나 비슷했기에… 지금 당장 부산에 갈 수는 없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꼭 먹을 테다. 남들과 다르게 메인은 핫도그, 떡볶이는 그저 옵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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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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