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시선/영화2016.05.10 10:24

올레TV에는 프라임 무비팩이라는 요금제가 있다. 모바일 전용으로 하면 한달에 8,900원(부가세제외), 여기에 1,000원 할인까지 영화 한편 가격으로 3주가 지난 최신작부터 오래된 영화까지 엄청 많은 영화에 애니에 미드까지 볼 수 있다. 올레티비 모바일은 요금제로 인해 무료로 보고 있으니, 과감하게 투자를 했다. 솔직히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왠열 생각보다 많이 보게 된다. 장르별로 몰아서 볼 수도 있고, 마블시리즈 영화 복습도 제대로 할 수 있으니, 투자한만큼 본전을 톡톡히 뽑고 있는 중이다.


지난 영화 몰아보기 그 첫번째는 일본영화다. 2015년에 개봉한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2년에 개봉한 해피 해피 브레드 그리고 2010년에 개봉한 남극의 셰프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먹는 장면이 많다는 거, 저염식 음식을 먹는 거처럼 너무나 평온하고 잔잔하다는 거, 가끔(남극의 셰프는 자주) 몸개그가 나온다는 거다.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Our Little Sister)

ⓒ네이버검색, all

스토리는 막장인데, 이와이 슌지감독의 4월 이야기처럼 너무나 평온하고 잔잔하며, 중간중간 자극적인 장면이 있어줘야 졸지않고 집중을 하고 볼텐데, 너무나 졸립다. 영화관이 아니라 집에서 보길 너무나 잘했다. 보다가 3번은 졸았기 때문이다. 4자매가 주인공인데, 저 중에서 첫째딸로 나오는 아야세 하루카(완쪽에서 두번째)만 아는 배우이고 나머지는 첨봤다. 



스토리만 막장인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세딸을 낳은 첫째부인을 버리고 아버지는 바람을 핀다. 두번째 부인과 또 딸을 낳고, 또 바람을 핀다. 여자가 먼저 죽어서 그런 듯 싶다. 그리고 세번째 부인과 살다가 죽는다. 세딸은 15년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간다. 내용만 보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구나 싶지만, 영화는 전혀 그렇게 다루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은 하나도 없이, 잔잔한 파도만 일렁이는 바다처럼, 건강을 생각해 소금간을 전혀하지 않은 저염음식처럼 그렇게 담고 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남겨진 아이들이 펑펑 우는 장면을 넣어도 좋으련만 전혀 없다.



여기서 첫째딸은 자신과 너무나 닮은 두번째 부인이 낳은 딸을 보고, 그녀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완전 남인 세번째 부인에게 맡길 수도 없었다는게 이유였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니깐. 그렇게 함께 살게 된 그녀들의 이야기. 여기서부터 눈꺼풀의 무게와 씨름을 하면서 봐야 한다. 그냥 평범한 일상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첫째딸은 곧 죽음을 앞에 둔 환자들을 위한 병동에서 일을 하게 되고, 둘째딸은 매번 남자에게 차이기만 하다가 워킹우먼이 되고자 한다. 가장 비중이 적은 세째딸은 막내에게 "너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구나"하면서 부러워하고, 그나마 막내와 가장 잘 놀아주는 언니로 나오지만 그녀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두번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막내딸은 아픔을 가슴에 묻은채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말썽 피우지 않는 착한 막내로 살아간다. 매실주로 인해 세딸들은 막내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겉으로 따뜻함이 아니라 진짜 따뜻함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렇게 그녀들은 진짜 가족이 된다. 어른들은 너희를 버리고 떠나게 만든 여자가 낳은 자식이라고 뭐라고 하지만, 첫째딸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그녀가 태어나기 전에 벌어진 일이며, 지금은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는 아이다. 그래서 내가 키워야 한다고 말이다. 이래서 물보다 핏줄이 진하다고 하나보다. 자극적인 장면은 아니지만, 큰딸에게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녀는 가족을 선택한다. 그리고 엔딩인듯 엔딩아니 엔딩장면이 나오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감성을 촉촉하게 만드는 영화이지만, 훅 들어오는 졸음과 싸워 이겨야 한다. 감독이 누구인가 했더니, 2009년에 개봉한 배두나 주연의 공기인형을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라고 한다. 



해피 해피 브레드(しあわせのパン, Shiawase no pan)

영화 카모메 식당과 너무나 닮아 있는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다. 더불어 바닷마을 다이어리처럼 평온, 잔잔한 저염식 영화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홋카이도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거.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홋카이도 츠키우라의 4계절과 그속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와 카페 마니를 운영하는 부부, 남편은 빵을 만들고, 아내를 향도 맛도 좋은 커피를 만든다. 



제목처럼 다양한 빵이 나오고, 빵과 연관된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는 참 진수성찬인데, 그 맛은 밍밍한 저염식이다. 어쩜 이리도 잔잔할 수 있을까? 물론 담고 있는 내용은 감성을 자극하고, 눈물샘을 톡 건드리는 내용이지만, 지루할 정도로 너무나 잔잔하다. 역시 눈꺼풀의 무게를 이겨내야 끝까지 볼 수 있다.



여름은 시련을 아픔을 겪고 있는 여자와 떠나기가 두려운 남자의 이야기,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다. 혼자서 카페 마니에 왔다가, 결국 둘이 되어 돌아간다. 혼자도 좋지만, 그래도 둘이 훨씬 더 좋다는 거 알려주고 있다. 가을은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힘들어 하는 여자아이와 아빠의 이야기. 카페 마니에 와서 엄마가 즐겨 만들어 주던 호박스프를 먹으며 떠난 엄마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아빠와 다시 좋아지게 된다. 겨울은 노부부이 이야기이다. 아픈 아내와 함께 옛추억이 담긴 이곳에 온 남편은 아내와 함께 죽으려고 한다. 그러나 "내일 또 빵이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고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봄. 이번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했는데, 영화내내 내레이션의 정체가 누군지 밝혀지게 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솔직히 영화에 자주 나오는 염소가 그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봄에 찾아온 미래 손님이 바로 내레이션의 주인공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았다. 만약 일본 여행을 가게 된다면, 홋카이도 츠키우라로 가서 영화에 나오는 카페 마니를 찾아가야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일본에 이렇게나 멋진 곳이 있었나 싶을만큼, 사람 그리고 스토리보다는 풍경에 넋을 놓아버렸다. 영화 촬영지를 쫓아서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영화 속에 나오는 빵은 맛볼 수 없겠지만, 영화 속 멋진 풍경은 볼 수 있을테니깐.



남극의 셰프(南極料理人, The Chef Of South Polar)

코미디 영화답게 웃음코드가 줄줄이 펼쳐진다. 그 중 몸개그가 압권이다. 남극과 셰프, 무슨 관계일까 했는데, 한번 가면 무조건 일년 6개월을 살아야 하는 그곳, 생명체 하나도 없는 영하 54도는 기본인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원들과 그들을 먹거리를 책임지는 셰프의 이야기가 영화 남극의 셰프다. 총 8명중 6명은 남극을 연구하기 위해 간 과학자나 기술자 그리고 2명은 셰프와 의사다. 딱히 남극에 가야할 이유가 없는 그들이지만, 또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기도 하다.



삼시세끼, 내 먹거리도 힘든데 일년하고도 6개월내내 8명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셰프. 일식 가정식은 기본에 중식, 프랑스, 이탈리안까지 못 만드는 음식이 없다. 남극기지에 있는 그들에게 낙이라면 셰프의 음식뿐이다. 그러기에 셰프는 늘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바이러스조차 살 수 없는 곳이기에, 음식 보관창고로 최적의 곳이다. 주로 통조림이 많긴 하지만, 잘 찾아보면 와규에 왕새우, 킹크랩까지 없는게 없다. 


물은 만들기 위해 얼음을 파고, 기압이 낮아 면이 익지 않는데도 밤에는 무조건 라멘을 먹어야 하며,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그들을 위해 아침마다 맨손체조라고 하기엔 참 거북한 운동을 매일 한다. 정말 남극에서 촬영했을까? 왠지 그럴거 같다. 그만큼 리얼리티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의 활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들은 기지 내에서 움직이다.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운동도 하고, 매일밤 술도 마시고, 오래된 드라마도 보고, 기후에 따라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에 일년 반이라는 기간동안 점점 자라나는 수염과 머리카락도 함께 간혹 광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갑자기 옷을 벗고 밖으로 나가거나, 아프지도 않는데 아픈 척을 하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셰프의 요리다. 특히 보내야할 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인스턴트 라멘이 떨어졌다. 금단증세를 보이는 대원들을 위해 셰프는 직접 면을 반죽하고, 라멘을 끓여낸다. 늘 다 익지 않는 면만 먹은 그들에게 완벽한 라멘을 주니, 오로라가 와서 연구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면이 불으면 안되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 똑같은 오로라를 두번 다시 못 볼 텐데도, 그들에게는 라멘이 더 우선이다.



갈수록 산적으로 변하는 그들의 지저분한 모습은 보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재미나게 본 영화다. 너무나 다양하고 맛난 음식들은 고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라는 식상한 소재에 남극이라는 전혀 생뚱맞은 소재가 입혀지니 완전 색다른 영화로 다가왔다. 특히 실제 남극관측 대원으로서 조리를 담당했던 니시무라 준의 유쾌한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영화화한 작품답게 리얼리티까지 살아있는 영화다.



ps... 지난 영화영화 몰아보기 그 두번째 이야기는 비포선라이즈  / 비포 센셋 / 비포 미드나잇이다. 각각 따로 봤던 영화였는데, 한꺼번에 몰아보면 어떤 감동을 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요게 바로 올레티비 프라임 무비팩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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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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