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시선/영화2016.05.17 07:30

1995년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 2004년 비포 선셋(Before Sunset) / 2013년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난 그들의 짧지만 로맨틱한 사랑이야기, 95년 비포 선라이즈다. 에단 호크(제시), 줄리 델피(셀린), 20대였던 그들은 9년 후 비포 선셋을 다시 9년 후 비포 미드나잇으로 찾아왔다. 1편부터 몰아서 보니, 확실히 세월이 참 야속하다는 걸 느꼈다. 그냥 풋풋했던 20대에서 끝내지, 너무 많은 걸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한편이 끝날때마다, 엄청난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다. 시리즈 영화를 몰아서 보는 것도 좋지만, 비포 시리즈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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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이라는 시간, 20대 그들은 30대를 지나 40대가 됐다.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일까? 18년이라는 시간의 공백 그리고 주연배우들의 나이듦을 말이다. 18년의 세월이 흘렸다고 하지만,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싶다. 가는 세월은 잡을 수 없다고 하더니, 그말이 딱 맞다. 설마 9년후 50대가 된 그들이 중년의 사랑이야기로 비포시리즈 4편이 나오진 않겠지. 만약 감독이 그럴 맘이 있다고 해도, 배우들이 거절했으면 좋겠다.  



궁금했었다. 1편에서 그들은 6개월 후에 다시 비엔나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났다. 열린결말이니, 당연히 만났고 연인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9년 후 비포 센셋에서 진실이 밝혀졌다. 결국 그들은 만나지 못했다. 에단 호크는 그 곳에 갔지만, 줄리 델피는 오지 않았다. 에단은 그때 추억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고, 유명한 작가가 됐다. 


출판 홍보 여행 중 파리에 온 에단은 그곳에서 줄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우연인 줄 알았지만, 줄리가 그를 찾아 온 것이다. 자신에게도 소중했던 추억이 책으로 나왔으니 관심을 가지게 됐고, 자주 찾던 서점에 그가 온다고 하니 온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9년이 지나 30대가 되어서 다시 만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에단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9년 전에는 하루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몇시간이다. 더 짧은 시간이기에 그들은 그동안 못했던 얘기들을 털어놓는다. 그날 그들이 만나지 못했던 이유는 줄리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여전히 그들은 서로에게 애틋한 사랑이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에단은 결혼을 했고 아들이 있다. 줄리는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결혼이라는 굴레를 싫어해 곁에 누가 있어도 늘 외로움을 느낀다. 에단 역시 결혼은 했지만, 쇼윈도 부부처럼 아들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 


가기 싫은 티를 팍팍 내는 에단, 어떻게 해서든 줄리와 더 있을 핑계를 만든다. 결국 줄리 집에까지 온 그는 밍기적 밍기적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자기, 이러다가 비행기 놓쳐"라고 줄리가 말을 하자, 에단은 "알아" 그러고는 그냥 웃기만 한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갑자기 엔딩크레딧이 올라와서 깜짝 놀랐다. 정말 이렇게 끝이 나는 거야. 이러고 내가 9년을 기다렸던 거구나. 그러니 영화가 개봉할때마다 전편이 기억나지 않았구나 했다. 지금은 몰아보기 중이니, 바로 비포 미드나잇을 터치했다.



비포 선라이즈는 비엔나, 비포 센섯을 파리 그리고 비포 미드나잇은 그리스, 풍경이 참 멋진 곳들인데, 솔직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의 대화를 쫓아서 자막을 읽어야 되기 때문이다. 뭔 말들이 그리 많은지, 그러고 보니 비포 선셋을 보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포 선라이즈는 기차에서 만난다는 로맨틱한 소재때문에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참 말이 많았던 영화였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비포 시리즈, 말이 무지 많은 영화다. 장소를 옮겨가면서 계속 말만 한다. 쉴틈없이 말을 해댄다. 1편에서는 그나마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면서 말을 했지만, 2편은 걸으면서 말하고, 벤치에 앉아서 말하고, 유람선을 타면서 말하고, 집에가서도 말을 한다. 달달하고 두근두근 그런 장면을 기대했지만, 전혀 없다. 9년동안 못만났으니 할말이 많다는 거 인정하겠는데, 그래도 너무 많다.


그래서 보고 또 보고, 또 봤다. 그들의 대화가 자장가가 되는 바람에 다시 뒤로 돌리고,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3편은 좀 다르겠지 했는데, 절대 덜하지 않는다. 2편은 고작 그들만 나온다. 가장 많이 나온 사람이 택시기사 정도.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해도 될만큼 나오는 배우들이 없다. 그에 비해 3편은 나오는 배우들이 많다. 참 많은데,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수다스럽다.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식사 장면만 30분이상이다. 


눈꺼풀의 무게를 끝내 이기지 못했다. 첫사랑을 다시 찾으면 안된다고 하던데, 그냥 비포 선라이즈만 볼걸, 그 감동만 간직하고 살걸, 후회했다. 


2편에서 에단은 비행기를 탔을까? 안탔을까? 결과는 타지 않았다. 또 9년의 세월이 흘러, 에단과 줄리사이에는 쌍둥이 딸이 생겼다. 끝내 그들은 사랑을 완성했고, 같이 사는구나 했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시련이 찾아온다. 에단과 줄리는 행복하지만, 에단은 아들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게 너무 힘들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줄리는 완강히 거절한다.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은 그렇게 삐걱대더니, 결국 줄리는 "너랑 사랑 안해" 이러고 떠난다.


하지만 18년 전 그들의 운명같았던 사랑이, 그들을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 준다는 걸로 영화는 끝이 난다. 정말 끝이였으면 좋겠다. 50대 그들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으니깐. 


영화를 보는내내 너무 지쳤다. 분명히 비포 센셋을 보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비포 미드나잇은 개봉을 한다고 해도 안봤던 이유가 있었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 비포 선라이즈부터 엄청난 대사량때문에 지치면서 봤던 걸 왜 잊었는지, 그눔의 달달 로맨틱 소재만 기억하고 있던 내가 싫다. 영화 세편을 보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아이언맨 1,2,3편은 순식간에 다 봤으면서 말이다.


비포 선라이즈덕분에 여전히 기차를 탈때마다 달달한 로맨스에 빠지는 꿈을 꾼다. 늘 다가오는 현실은 상상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다르지만, 그래도 혹시... 이눔의 혹시때문에 여전히 영화가 현실인거처럼 이러고 있다. 올해 기차를 탈 일이 많아질 거 같은데, 그눔의 혹시를 기대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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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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