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깐2016.05.24 07:30


남도 관광블로그 발대식 후, 나주에 가서(발대식 장소가 나주였음) 곰탕이나 먹고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다. 벌교가 산다는 지인의 차를 타기 전에는 말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벌교까지 공짜로 데려다준다는 말에 덜컥 남쪽으로 더 내려갔다. 한시간 반정도 국도를 달리고,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벌교. 여기 간 목적은 단 하나였다. 꼬막먹자!! 전화번호로 검색해야 나오는 곳, 벌교꼬막맛집(06-858-6161)이다.



지인은 벌교터미널에서 가까운 꼬막전문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에 내려준 후 떠났다. 내리고 보니, 관광버스 3~4대는 들어갈 수 있는 디따 큰 식당 앞이었다. 예전에 1박2일이 여기서 촬영을 했는지, 식당마다 방송캡쳐 사진이 붙어있었다. 브레이크타임은 없는거 같아, 방송에 나왔다는 곳으로 들어갔다. 


"꼬막정식 1인분 주세요." 

"저희는 1인분은 안하는데요."

"저 해주시면 안되나요? 어렵게 왔는데..."

"안됩니다."


그렇게 두 곳에서 거절을 받고 나니, 기운이 빠졌다. 이거 하나 먹자고,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1인분은 안된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저 터미널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터미널 근처에 있던 식당이 있길래, 혹시나하고 물어보니, "우리는 포장마차라 꼬막 정식안하는데, 옆집에 가서 물어봐요. 그런데 거기 지금 주인장 없는데, 그러지 말고, 여기서 주유소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식당이 하나 있는데 거기 가봐요. 거기가 맛나." 혹시 친인척관계일까? 아님 옆집 식당이 잘되는게 싫은걸까? 암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심정으로 갔다.



점심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은 점심이고, 저녁이라고 하기엔 완전 이른 저녁인 관계로 손님이 하나도 없다. 혹시 안 받아줄까봐, 가방부터 던져놓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사장님, 꼬막정식 1인분 되나요?" 된다 안된다 말이 없다. 그냥 앉으란다. 이건 되다는 의미다. 기쁜 나머지 낯가림 심한 내가 처음 보는 주인장에게 주저리 주저리 말을 했다. "유명하다는 곳에서 2번이나 퇴짜를 받았고요. 터미널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갔더니, 그 옆 포장마차 주인장이 여기로 가라해서 왔어요. 저 이거 먹고 싶어서 서울에서 힘들게 왔거든요." 나도 내가 이리 말이 많은지 몰랐다. 안되는 줄 알았는데, 된다고 하니 정말 좋았나보다.



꼬막정식이 8천원정도 한다고 들었는데, 메뉴판을 보니 15,000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차림을 보게 되면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한상에서 모든 꼬막요리(통꼬막, 꼬막전, 꼬막회무침, 양념꼬막, 꼬막된장국)가 다 들어있으니 말이다.



딸랑 물과 수건만 있던 상이 어떻게 변했을까? 20여분 정도 기다렸던 거 같다. 주방에서 전을 부치는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끓고 있는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무치는 소리가 들리고, 밑반찬은 미리 만들어 놓겠지만, 꼬막음식은 주문 후에 만드는거 같았다.



그렇게 길고 긴 시간을 기다렸더니, 이런 선물이 나에게 왔다. 이게 정녕, 한사람을 위한 밥상인가 싶다. 혼자서 이런 고급진 상을 받아도 되나 싶었다. 왜 벌교에 오면 꼬막을 먹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윗부분 왼쪽부터 비린내가 살짝 나서 다 먹지 못했던 민물게장, 마늘종볶음, 무말랭이.



이어서 나물인데 어떤 나물인지 이름모를 나물, 머위대 볶음, 가장 인기가 없던 배추김치.



아랫부분 왼쪽부터 메추리알이 통째로 들어간 사라다, 서울에서는 양념꼬막 하나도 참 소중한데 여기서는 찬밥이 됐던 양념꼬막, 처음에는 의미를 몰랐던 콩나물.



이어서 식감이 참 좋았던 파무침, 구색맞추기인 듯한 오징어젓과 비주얼이 끌리지 않아 거의 먹지 않았던 가지볶음. 



메인이 가운데줄. 꼬막정식에 왠 생선구이와 낙지호롱. 통꼬막 = 삶은 꼬막.



그냥 된장국, 꼬막전 그리고 꼬막회무침.



평범한 된장국인줄 알았으니, 먹다보니 꼬막이 나왔다. 꼬막된장국임을 나중에야 알았다. 색깔에서 알 수 있듯, 진한 시골 된장국은 아니다. 



꼬막정식에 낙지호롱이 기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집에서는 기본이다. 대가리부터 돌돌 돌리면서 먹는 그맛, 하나만 나와서 아쉬울 따름이다. 그런데 추가 주문을 할 자신도 없다. 먹을게 너무 많으니깐.



서울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혼술, 벌교에서는 했다. 이렇게 많고 많은 음식들 중, 대부분이 술안주다. 거기에 뜨끈뜨끈한 전이 있으니, 더더욱 땡기는 법. 남도에 왔으니, 지역소주인 잎새주를 주문했다.



꼬막전 한점에 소주 한모금. 캬~ 좋다 좋아. 내 뒤로 직원분들이 식재료를 다듬고 계셨지만, 개의치 않았다.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사람이 강해지나 보다. 



통꼬막을 먹어야 하는데, 도저히 열리지 않는다. 열려라 참깨를 외칠 수도 없고, 껍질을 비틀어 보고 흔들어보고 이리저리 해봐도 소용이 없다. 분명 먹는 방법이 있을텐데, 그러지 않으면 이렇게 나오지 않을텐데 속으로 이러면서 쩔쩔 매고 있었다. 갑자기 사장님이 나타나더니 테이블 아래에 있던 빨간 드리이버같은 도구를 꺼냈다. 그러더니 꼬막 뒤에 보이는 저 공간에 도구 앞부분을 밀어넣고, 힘을 살짝만 주면 뚜껑이 열린단다. 하라는 대로 했더니, 꽉 닫혀있던 꼬막이 까꿍하고 인사를 한다. 



이거참 신기한데 하면서 계속 까고, 또 깠다. 2~3개 정도 해감이 안되어 있는 불량꼬막이 나왔지만, 나머지는 상태가 좋았다. 꼬막에 있던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그 국물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몰랐다. 꼬막은 다 같은 종류인줄 알았는데, 물어보니 삶은건 참꼬막이고, 양념으로 나오는 건 새꼬막이란다. 참꼬막은 육수가 중요하므로, 통으로 삶아야 하며 꼬막을 먹을때 국물(육수)까지 남김없이 먹어야 한단다. 말을 들은 후부터는 국물까지 남김없이 쏘옥 다 먹었다. 까는 재미에 먹는 재미 그리고 마시는 재미까지 아하~ 이게 참 잼나는 맛이다. 



낙지호롱과 함께 나왔던 생선구이는 양태라고 한다.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하던데, 양념을 너무 많이 했는지 짠맛이 너무 강했다. 간이 약했더라면 다 먹었을텐데, 아쉽게 남기고 말았다.



꼬막회무침, 그냥 이렇게 먹어도 좋지만, 제대로 먹는 방법은 따로 있다.



김가루만 들어있던 대접의 용도는 바로 비빔밥이다. 의미를 몰랐던 콩나물은 비빔밥의 고명이었던 것이다. 밥 한그릇 털어넣고, 콩나물에 꼬막회무침까지 넣어 쓱쓱 비비면 된다.



골뱅이 무침에는 골뱅이가 별로 없는데, 꼬막회무침에는 꼬막이 완전 많다. 숟가락을 세로로 해서 밥알이 뭉개지지 않게 잘 비볐다.



꼬막회무침 속 꼬막과 통꼬막 속 꼬막의 만남. 즉 새꼬막과 참꼬막의 콜라보다. 



혹시나 해서 남겨둔 꼬막전을 올려서 먹어도 좋다. 혼자서 다 먹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시간이 넘도록 먹다보니 이렇게 깨끗하게 먹어도 되나 싶을만큼 꼬막음식을 다 해치웠다. 15,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역시 음식은 현지에서 먹어야 하나보다. 그런데 벌교에 사는 분은 꼬막을 식당에서 먹지 않는다고 한다.


"현지인들만 가는 꼬막맛집 좀 소개해줘요." 

"솔직히 우리는 식당에서 꼬막을 먹지 않아. 시장에 가서 꼬막을 직접 사다가 집에서 해먹는게 훨씬 낫거든. 솔직히 꼬막상태도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사다가 집에서 해 먹는게 더 좋거든."

"아하~"

"여기서 자주 가고 엄청 맛있는 아구찜 식당이 있는데, 소개해줄까? 거기는 현지인들이 정말 많이 가거든."

"........."

생각해 보니,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이라고 해서 꼭 그 지역 특산물로 만든 식당은 아닐 수 있겠구나 했다. 벌교가 꼬막으로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은 꼬막만 먹으러 식당에는 가지 않을테니 말이다. 내가 참 아둔한 질문을 했구나 했다. 


벌교꼬막맛집, 현지인이 알려준 곳도 아니고, 우연히 정말 우연히 찾아간 곳이었는데, 행복하고 푸짐한 밥상을 받았다. 그런데 잘 찾은게 아니라, 어딜가나 이 정도의 맛은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여기는 맛깔스런 음식을 잘하는 전라남도이니깐. 꼬막정식 1인분을 주는 곳들이 많아진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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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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