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깐2016.06.24 07:30


한 시간 뒤에 목포를 떠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볼까?와 무엇을 먹을까?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무엇을 먹을까?로 정했다. 낙지육회탕탕이, 바지락회무침, 우거지해장국 그리고 짱뚱어탕까지 다양하게 먹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지금까지 만족스런 남도반찬을 만나지 못했다. 그리하여 선택한 곳, 백반집이다. 마지막 만찬이니, 과한 한정식은 아니더라고 맛깔스럽고 다양한 남도식 밑반찬을 먹고 싶었다. 목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거리식당이다.

 


사실 이곳을  갈뻔 했었다. 한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맘 놓고 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이 닫혔다. 원래는 가는 길을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는데, "지금 아내가 목욕탕을 가서, 30분 후에 오면 됩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역 주변에 있는 식당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근데 없다. 분식집, 순댓국집 그리고 또 분식집 밖에 없다.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다가 어느새 발길은 오거리 식당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맘에 안으로 들어갔는데, 글쎄 계신다.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인장(아내분)을 발견, "저 아까 전화로 이러쿵 저러쿵 했던 사람인데요. 식사 가능한가요?" 된단다. 들어오란다. 아싸~



첫 고객인데, 진상고객이 됐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먹고 싶었으니깐. 기차시간까지 앞으로 40여분 남았다. 살짝 불안했지만, 주인장(남편)이 괜찮단다. 역까지 뛰어가면 5분, 기착타는데 5분이면 되니깐, 30분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단다. 불안감이 엄습해 오긴 했지만, 불가능에 도전하기로 했다.



차림표를 볼 시간이 없다. "생선 백반 1인분(10,000원) 주세요."



오거리 식당의 백반 상차림. 원래는 여기서 몇가지가 더 추가 된다고 하는데, 그눔의 시간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암튼 급한 맘에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계산부터 했다. 한가지라도 좋으니, 음식이 빨리 나왔음 좋겠는데 주인장(남편분)의 성격이 너무나 느긋하다. 난 한시가 급한데, 주인장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반찬을 하나씩 정성스럽게 담고 있다. '쫌 제발 빨리'라는 말이 턱 밑까지 올라 왔지만, 다른 반찬에 양념이 묻을까 젓가락을 닦으면서 담아주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반찬이 나오는데 10분이 지났다(사진이 엉망인 이유는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밑반찬만 14개로 비싼 한정식 못지 않다. 어쩜 이리도 하나하나 다 맛깔스러운지, 반찬만으로도 밥 한공기를 뚝딱할 거 같다. 그런데 너무 빨리 먹지 말란다. 아직 나올게 많기 때문이란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얼마나 더 나올게 있다는 건지, 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집에서도 먹었던 파김치인데, 다르다. 꽈리고추 멸치볶음 참 평범한 반찬인데, 방금해서 그런가? 밥도둑이다.



뜨끈한 밥에 구수한 된장국. 시골 할머니집에 온 거 같다. 



짜지 않고, 단맛만 나는 게장은 처음이다. 쏙 게장이라고 하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참 괜찮다.



생선백반이니 생선이 나와야 하는 법. 길다란 눔은 장대(양태)구이, 작은 눔은 모르겠다. 흰대?로 들었는데, 검색해보니 그런 생선은 없다고 나온다. 왜 건생선을 먹을까 했다. 수분이 없어 퍽퍽할텐데 했는데, 오호 건생선만의 매력이 충분히 있다. 수분이 사라진 자리에 고소함과 담백함이 농축되어 있다. 처음에는 젓가락만 사용해서 조신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치킨을 먹듯 생선을 통째로 들고 뜯기 시작했다. 



생선만으로도 충분한데, 제육볶음이 나왔다. 조금 남아있던 생선의 발굴 작업을 급하게 끝내고, 제육으로 공격 대상을 옮겼다. 물론 중간중간 밑반찬 공격은 계속 지속됐다.



쏙게장을 겨우 다 먹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리얼 살아있는 게장이 나왔다. 동영상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왜냐하면 먹어야 하니깐. 



살아있는 게장을 더 맛나게 먹는 방법은 제육과 함께 쌈을 싸서 먹으면 좋단다. 처음에는 게가 보였는데, 자꾸만 움직이는 바람에 밥 속에 밀어넣었다. 살아 있어서 신기했지만, 맛은 잘 모르겠다.



손님이 혼자여서 그런가? 주인장(남편분)이 자꾸만 이건 어떠니, 저건 어떠니 물어본다. 챙겨주는 건 알겠는데, 살짝 과한 듯 싶었다. 그래도 옆에서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하니, 혼자 먹는 거 같지 않아서 좋긴 했다. 원래는 마지막이 아니었지만, 시간관계상 마지막으로 나왔던 갑오징어 숙회. 귀한 음식이니,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해서, 그냥 밀어넣었다. 


마지막 만찬이니 막걸리 또는 잎새주와 함께 느긋하게 먹으면서 남도의 맛을, 목포의 맛을 즐겨야 했는데, 아쉽다. 폭풍같은 20분이 지나고, 목포역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2분 정도 남기도 KTX를 탔다. 그렇게 목포와 안녕을 고하고 있는데, 진동이 울렸다.

"여기 오거리 식당인데요. 기차 타셨나요?"

"아네~ 간신히 탔어요. 참 제대로 인사 못드렸는데, 잘 먹었습니다."

"잘은 무슨, 이거 하나만 아세요. 30% 덜 드렸거든요. 그러니 목포에 꼭 내려오세요. 그리고 우리집에 와서 그때 이러쿵 저러쿵 했던 사람이다라고 꼭 알려줘요. 이번에 못줬던 거만큼 많이 드릴테니..."


시간이 부족했던 건 내 잘못인데, 기차를 잘 탔는지 전화도 주시고, 기억하고 있을테니 목포에 다시 오면 꼭 오라고 해주시니, 아니 갈 수 없을 거 같다. 처음 갔던 목포, 내 기억 속 목포는 정겨움, 푸근함 그리고 시골 할머니댁이다. "오거리식당 사장님, 이번에 못 먹었던 30% 다음에는 130%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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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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