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깐2016.07.22 07:30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고기를 그것도 한우를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왔다. 절대 해서는 아니될 일인데, 위대하지 못한 내 소화기관이 참 미웠다. 생각해보니, 육사시미를 더 먹기 위해 포기했던 거 같다. 그래도 다 먹었어야 했는데... 경기 시흥에 있는 곳, 월곶 토종한우마을 6호다.



주차장 같은 넓은 공간에 이름이 같은 식당, 두곳의 차이점은 5호와 6호다. 이런 곳에 한우 고깃집이 있을까 싶을만한 곳에 떡하니 있다. 한우라면 왠지 고급지고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여긴 그런 느낌적인 느낌은 없다. 지인따라 오긴 왔는데, 글쎄??? 기대치가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는 한우 고기가 나오는 곳이고, 왼쪽에는 양반다리를 해서 먹을 수 있는 방이 나온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음냐~ 고기 상태가... 괜찮네. 이눔의 편견은 제발 버려야 하건만, 오늘도 또 나와버렸구나 했다.



메뉴판.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만, 자세히 보니 양이 어마어마하다. 뒤에 보이는 사진 속 인물이 이곳 주인장이다. 5호와 6호의 차이는 형제와 동생의 차이라고 한다. 즉 다 같은 곳이라는 의미다.



지난번에 한우를 먹을때는 공격적으로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는 무조건 공격적으로 먹어야 할 듯 싶다.



왠지 모르지만, 분위기가 전투적으로 달려야 할 듯 싶다. 원래 안창살을 먹으려고 했는데, 주인장이 오늘 안창살이 별루라고 알려주는 바람에 내가 좋아하는 살치살로 급 변경했다.



기본 상차림.



윗줄부터 먹고 나서야 알게된 명이나물 그런데 넘 시큼해서 두어번 재채기를 하고야 말았다. 양파, 마늘쫑 장아찌 그리고 손이 전혀 안갔던 아니 고기 먹느라 바빠서 갈 수가 없었던 배추김치. 아랫줄은 가운데 육회는 아는데, 양쪽은 모르겠다. 왼쪽은 간일거 같고, 오른쪽은 염통인가? 정확히 중앙에 있던 육회만 골라먹었다. 왜냐하면 못 먹으니깐.



금값인 쌈채소가 나왔지만, 한우를 먹을때는 전혀 쓸모없는 녀석이다. 만약 돼지고기였다면, 널 엄청 좋아했겠지만, 오늘은 미안. 한우만 공략하는 성격이라서, 샐러드도 인증샷만. 그나마 상추겉절이는 원래는 반칙이지만 더 많이 먹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조금 먹었다.



기본 중에 기본인 마늘과 쌈장과 참기름.



소금과 양파.



소고기뭇국이 나왔지만, 너도 패스. 물로 배를 채우면 안된다.



불판이 올라오고, 기름 덩어리를 살살 발라준다. 불은 가스불이다. 기름덩어리때문에 고기가 달라붙지 않아서 좋았다.



단골만 주는 서비스라면서 준, 지라였던 거 같다. 여자한테 참 좋다면서 주인장이 줬지만, 그냥 그림의 떡이다. 아무리 좋아도 못 먹겠다. 받자마자 사진만 찍고 결국 다시 드렸다. 



기름이 엄청 많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미워할 수가 없다. 어쩜 이리도 예쁠까? 살치살 등장.



뜨겁게 달군 불판에 살치살을 올리고 5~9초 후,



바로 뒤집는다. 그리고 다시 5~9초 후,



어느새 숟가락에 안착을 했다. 가위로 잘라야 하는데, 그 시간도 아깝다. 오로지 저 상태로 음미하고 싶다. 소금만 살짝 뿌린 후, 음... 역시 녹아요 녹아~ 이래서 살치살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잠깐, 지인이 주인장에서 이상한 걸 요구하더니 혼자서 먹고 있다.



청양고추가 팍팍 들어간 간장소스다. 기름진 고기를 먹을때 참 좋은데, 어느정도 기름짐이 느껴진 후에 먹어야 좋다. 현재는 초반 레이스임으로 소금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번에는 명이나물과 콜라보. 시큼에 가까운 명이나물로 인해 살치살이 죽어간다. 역시 소금이 최고의 콜라보인 듯 하다.



서비스로 나온 초밥과 육사시미. 애들 장난도 아니고 양이 넘 적다.



적어서 그런지, 육사시미가 그냥 샤르르 녹아 없어진다. 강렬한 사시미에 비해 초밥은 그저 그런.



얼큰한 된장찌개 추가요. 고기만으로도 벅찬데, 내 공격력을 죽이기 위해 구차한 녀석들이 자꾸만 등장한다. 아무리 그래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공격력을 다시 향상시켰다.



두번째 공격대상이 나타났다. 토시살.



앞으로 토시살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 같다. 가운데 힘줄이 있으면 무조건 토시살, 이렇게 외웠으니깐.



보기 좋은 풍경. 이런 비주얼은 자주자주 봐야 하는데...



살치살에 비해 지방함량이 적은 토시살, 식감은 좋은데 부드럽지는 않다.



살치살을 먼저 먹은 탓일까. 명이나물과 청양고추를 더해도 공격력이 자꾸만 떨어진다. 아까와 달리 고기 굽는 시간도, 먹는 시간도 영...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


 

내 공격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였다. 토시살에서 잃었던 초심을 육사시미를 만나고 난 후에 다시 찾았다. 어쩜 어쩜 이래, 이건 반칙인데, 자꾸만 니가 좋다. 결국 내 선택은 토시살 보다는 살치살, 살치살 보다는 육사시미였다


결국 토시살을 남기고야 말았다. 포장을 해달라고 하고 싶은데, 생고기이고 불판 옆에 두었기 때문에 집에 가져와서 먹다가 큰일이 날 거 같아서 과감히 욕심을 거두었다. 그런 소화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정도 단식을 해도 배고프다고 재촉하지 않는 소화기관, 맛 없는거 먹을땐 알아서 바로 포만감 상태로 만들어 주는 소화기관, 한우를 먹을때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커지는 소화기관, 그런 소화기관 어디 없을까?! 생각해보니, 매일 매일 한우를 먹으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 거 같다. 어쩌다 찾아오는 기회의 소중함을 아니깐, 그래서 더더욱 한우가 맛나게 느껴지는 거 같다. 그런데 자꾸만 남기고 온 토시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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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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