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깐2016.08.18 07:30


아직 혼술은 어렵다. 9월부터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가 나오면,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까? 아직은 혼자서 술을 먹는 사람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 뭐 그나마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좀 불편하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혼자서 괜히 시선이 따갑고, 불편하니 이래서 사람들때문에 혼술을 못하는 거라고 말이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당당히 혼술을 하게 됐다. 아직은 남들 시선 의식하는 초급반이지만, 여기라면 당당해질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은 곳을 찾을때까지, 당분간 혼술은 당산동에 있는 더핸드다. 



참 따숩게 느껴지는 조명이다. 실제는 안은 시원, 밖은 무지 더운 한여름 밤이다. 더핸드를 알게된지, 한달정도 되어 가는데 이제는 손님들이 참 많다. 이러다 혼술하기 어려워지면 안되지만, 바테이블이 있으니 괜찮다. 설마 거기까지 만원이 되지는 않겠지. 그럼 다른 곳을 찾아 난 떠나야 하는데...



얼마전에 조회수 200만을 달성했다. 1,999,991부터 2,000,000이 될때까지, 아이폰만 바라봤다. 작년 9월 백만 달성의 순간을 직접 지켜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그 순간을 함께 했다. 작년보다 1개월이나 빠른, 8월 11일 오전 9시 22분에 2백만을 달성하자, 여기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200만 달성의 견인차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어서 빨리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달려갔다.



1인분 사시미는 너무 자주 먹었으니, 이번에는 좀 색다른 메뉴를 골랐다. 메뉴판 첫 페이지 오늘의 추천요리에 가장 먼저 나오는 해물토마토탕(17,000원)이다. 해물탕에 토마토가 들어가는 건가? 왠지 좋지 않은 느낌이라 늘 제외했던 메뉴였다. 탕보다는 스튜에 가까운 음식이라는 주인장 말에 덜컥 주문을 했고 잠시후 해물토마토탕이 나왔다. 



상상했던 탕이 확실히 아니며, 스튜도 아닌 거 같다. 탕과 볶음의 중간 어디쯤에 있을 거 같은 비주얼이다. 이름은 탕이지만, 확실히 탕은 아니다. 볶음에 가까운 듯 싶은데, 딱히 볶음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밥이 빠진 리조토나 파에야?!



오징어, 새우, 조개, 게 그리고 토마토와 베이컨 등등 조그만 냄비 안에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 있다. 토마토의 상큼함을 시작으로 각기 다른 해산물 본연의 맛이 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마무리는 매콤함이다. 적절한 밸런스가 사람을 참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메뉴명만 듣고 가졌던 선입견, 또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했다. 


여기서 잠깐, 글제목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할 거 같다. 혼술의 매력은 집중과 관찰이라고 한 이유는. 혼술을 할때 나는 주인공이다. 그럼 남자주인공이 필요한데, 혼술에서 남주는 사람이 아니라 술과 음식이다. 둘 이상 술자리를 갖게 되면, 처음에는 술과 음식이 주연이 되지만, 그것도 잠시 엑스트라로 전략하게 된다. 왜냐하면 함께있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중요하니깐. 그에 반해, 혼술은 딱히 얘길할 상대가 없으니, 오로지 술과 음식에 온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 점점 혼술 횟수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몰랐던 혼술에 대한 매력을 찾게 되는 거 같아서 좋다. 단순히 함께할 사람이 없어 혼술을 하게 됐는데, 이제는 술과 음식에 집중하기 위해 혼술을 해야할 거 같다.



가운데 보이는 하얀색의 정체는 치즈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치즈가 아니다. 계란이다. 그것도 수란이다.



토마토와 촉촉한 노른자와의 만남, 이것도 참 괜찮은 조합이다. 근데 다른 음식에 비해 수란만 너무 차갑다. 따로 수란을 만들어서 차게 보관을 했나 했는데, 수비드 (중간에 무슨 단어가 있는데 기억이...) 공법으로 만든 수란이란다. 계란 하나도 이렇게 독특하게 만들다니, 여기 주인장의 마음씀씀이가 참 괜찮은 거 같다.



고소한 노른자도 참 좋았는데, 진짜 백미는 바로 흰자다. 완벽하게 익은 흰자가 아니라서, 이렇게 탕에 섞어주면 비주얼은 순두부, 맛은 계란이 된다. 요거요거 은근 참 괜찮다. 그런데 시작을 맥주로 했는데, 아무래도 이건 맥주 안주가 아니다. 



해물토마토탕이랑 어울리는 술은 뭐니뭐니해도 언제나 처음처럼이라고 말하는 녹색이다. 자~ 혼술의 매력으로 퐁당 빠질 시간이 됐다.



그렇게 나와 너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물토마토탕에 무언가가 빠진 거 같다. 주인장에게 조심스럽게 찬밥이 있냐고 물어봤다. 내 의미를 알고 있는 듯, 따끈한 밥을 주셨다. 밥이 빠진 리조토나 파에야 같다고 했는데, 이제야 완전체가 됐다.



탕으로 시작해서 리조토로 마무리. 이거 정식 메뉴로 했으면 좋을 거 같다. 술과 안주로 시작한 혼술은 어느새 밥과 반주가 되었다.



사시미도 참 좋지만, 개인적으로 해물토마토탕이 더 나은 거 같다. 토마토의 상큼함과 알싸한 매콤함 그리고 다양한 해산물의 맛까지, 녹색이와 함께 하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거 같다.



바테이블에 앉으면 좋은점. 주인장과 친해질 수 있으며 잘하면 콩고물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콩고물은 시메사바.



저 영롱한 빛깔을 봐라. 너, 참 오랜만이다. 



음... 그런데 맛은 좀 뭐랄까? 생각했던 그 맛이 아니다. 고등어 풍미가 너무 약하다. 주인장이 직접 만드는데, 풍미를 많이 약하게 해서 만든다고 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어서 그렇단다. 그렇다고 하니, 딱히 할말은 없지만, 난 좀더 진했음...


더핸드 메뉴판은요~


이렇게 혼술을 즐기다 보면, 가장 어렵다고 하는 혼자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맥주와 함께 밥 먹기, 혼자서 소주와 함께 고기 구워먹기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왠지 느낌같은 느낌이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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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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