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시선/영화2016.08.24 07:30

놓친 영화 올레티비로 다시보기, 오베라는 남자(2016. 5. 25 개봉). 나처럼 더 까칠한 사람이 또 있을까 했는데, 와우~ 있다. 오베 할어버지 앞에서, 나의 까칠함은 까칠이 아니라 애교다. 영화보다 책을 먼저 읽었다라고 해야 하는데, 50페이지 정도만 읽었다. 원래 소설의 발단부분은 좀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는데, 이건 그 이상이었다. 참고 읽으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텐데, 끝내 그걸 참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그렇게 2~3번을 반복한 후, 더이상 읽지 않게 됐다.


책은 포기했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번 정도 딴짓(졸았다^^)을 하기 했지만, 끝까지 다 봤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영화보다 원작이 더 좋은 법인데, 가끔은 아주 가끔은 영화가 더 나을 수도 있을 거 같다. 오베의 하루 일과를 설명해주는 부분까지만 읽고 따분하고 지루해서 책을 덮었는데, 영화는 완전 깔끔하게 같은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면서 길었던 책 내용을 간단하게 처리했다. 읽을때는 '또야~ 이걸 몇번을 읽으라는거야' 했는데, 영상으로 보니 오베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장면이었다. 


잠시 영화를 멈추고, 다시 책을 읽을까 했지만, 굳이 번거롭게 뭐하러... 이런 맘이 들어서 그냥 영화에 만족하기로 하고 계속 봤다. 소설에서 느꼈던 지루, 따분, 장황이 영화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엄청난 액션도 없고, 코믹도 없고, 그렇다고 스릴이나 미스터리도 없는, 모든게 불만인 까칠한 할아버지가 하루하루 투덜대면서 사는 모습을 바라보는건 잠을 부르는 주문과도 같았다. 그렇게 한번 졸고 난 후에, 놓쳤던 부분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네이버검색

처음에는 그저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인물인 줄 알았다. 자기가 정한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규칙과 법칙을 확실히 지켜야만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난 이렇게 잘 지키는데, 다른 사람들은 안 지키니 당연히 사람들과 멀어지고, 사람들에게 까칠함만 내세우는 그런 인물이구나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따분하고 귀찮은 그에게 새 이웃이 생기면서 그의 까칠함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그런데 참 웃긴 점은 까칠하게 투덜대면서도 부탁하는 일들은 다 해준다는 점이다. 운전강습에 자전거 고치기 그리고 아이 돌보기까지 안할거 처럼 행동하지만, 어느새 완벽하게 끝내버린다. 그리고 다시 또 투덜댄다. 오베 할아버지의 까칠함을 보면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왜 저렇게 변했을까? 원래는 참 착한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올레티비 캡쳐

얼마전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오베는 한가지만을 생각한다. 아내따라 죽는거. 그러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을 하고자 한다. 목에 밧줄을 걸었는데, 밧줄이 약해 실패. 기차역에서 선로에 떨어져 죽으려고 했는데, 자신보다 실수로 먼저 떨어진 사람을 구해줘서 실패. 차안에서 배기가스를 마시고 자살을 하려고 했는데, 방해하는 인물로 인해 또 실패. 그렇게 자살에 실패를 한 후 그는 아내에게 간다. 아내를 잃고 난 후 오베할아버지의 인생의 목표는 자살이다. 하지만 새로 이사온 옆집 가족들로 인해 그는 끝내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옆집 가족들과 그를 괴롭히는 다른 이웃과 그외 주변 인물들로 인해 그는 아내에게 푸념을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은데 자꾸만 함께 어울려야 하는 일들이 생기고,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특히, 아내를 알고 있던 사람이 부탁하는 일은 절대 거절하지 못하고, 무조건 들어준다. 그는 여전히 까칠하지만, 까칠함 속에 다정함이 있다는 걸 오베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느끼게 된다.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 왜 까칠해졌을까?



할아버지 오베가 자살에 도전(?)하게 되면,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과 전혀 다른 착하고 순딩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착한 사람 오베인데, 그를 자꾸만 화나게 만드는 사람이 나온다. 바로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이다. 그들땜에 어릴적부터 살았던 집이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집은 잃어버렸지만, 오베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아~ 또 사랑이야기구나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인해 착한 오베는 드디어 지금의 까칠 오베로 변해버렸다. 까칠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때는 그나마 행복했는데, 그녀가 없으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자살뿐이다. 그러나 새로 온 이웃때문에, 그녀의 제자때문에 그리고 한동네에서 쭉 살았던 이웃들때문에 그의 까칠함은 따스함의 대명사가 된다.


오베와 비슷한 또래의 이웃남자가 있는데, 처음에는 절친이었다가 차때문에 원수지간이 된다. 이유는 본인들이 소유한 자동차 브랜드 때문이다. 자동차땜에 원수지간이 된 두남자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가장 큰 빅재미를 주는 장면이다.



작년에 봤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오베라는 남자는 모두 스웨덴 영화이다. 둘다 빵터짐은 없지만 잔잔한 웃음이 있는 영화였다. 더불어 원작인 소설도 유명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둘다 책은 안보고 영화만 봤다. 느리게 걷더라도 책으로 보는게 더 좋은데, 가끔은 후다닥 빠르게 뛰고 싶을때가 있다. 적어도 이틀동안은 꼬박 읽어야 했을텐데, 영화는 2시간이면 충분하니깐.


오베라는 남자를 쓴 작가의 다른 소설인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기필코 책이 먼저다. 설마 오베라는 남자처럼 초반에 지루하거나 장황하지 않겠지. 제발 그러지 않았음 좋겠다. 디테일한 묘사는 좋은데, 장황한 설명은 너무 따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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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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