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깐2016.09.01 07:30


산지직송도 좋은데, 산지는 얼마나 좋을까? 일부러 확인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직송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왜 푸드 마일리지가 짧을수록 좋다고 하는지 알겠다. 이렇게 식재료가 좋은데, 맛이 없다는 건 반칙이다. 전남 고흥 녹동항에 있는 녹동회타운이다.



이번 남도여행의 첫 관문은 모닝 회였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해, 순천에서 000님을 만나고, 한시간을 달려 도착한 고흥 녹동항. 우선 밥부터 먹고 시작하자는 말에, 냉큼 오케이를 했다. 모닝 회라고 하지만, 오전 11시쯤 도착했으니 이른 점심이 맞겠지. 그늘진 곳을 찾아 주차를 하고, 가족들과 자주 온다는 너님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난, 첨이라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은데, 미아(?)가 되기 싫어 대충 녹독항을 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녹동회타운(수산물시장)은 활어는 물론 다양한 건어물도 판매한다고 한다. 건물 안에는 활어뿐이었지만, 건물 밖 노상에 멸치같은 건어물이 많았다고 하던데, 그걸 지금 알았다. 또 갈 수 있겠지?!



얼마나 급했으면, 건물 모습을 이렇게 담았을까나. 그러고 보니, 저 앞에 보이는 파라솔이 바로 건어물을 파는 곳인가 보다. 



건물 1층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활어 가게들. 일부러 동일하게 맞춘 듯, 다 똑같다. 수산시장이라고 하면, 특유의 비린내가 있다. 수산시장 어딜가나 그 냄새가 났는데, 예전에 갔던 통영 서호시장에는 없었다. 그냥 바닷물 냄새만 느껴질뿐, 비린내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녹동회타운에도 없다. 이게 산지 파워인가 했다. 비린내가 없는 수산시장, 통영에 이어 녹동항이 2번째다. 



올 여름은 살아있는 갯장어를 보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하모 샤브샤브는 내년에 기필코.



그런데 널 보고만 있어야 된다는게 너무 힘들다. 



언제부터인가? 가을만 되면 먹었던 전어를 안 먹고 있다. 무슨 방송때문이었던 거 같은데, 여기서 다시 먹어볼까나. 전어 굽는 냄새가 나는 듯 안 나는듯, 먹고싶다.



가을 꽃게가 나왔다고 하더니, 여기도 있다. 톱밥에 있는 모습만 봤는데, 원래는 이렇게 물 속에 있구나. 그 옆에 소라, 살살 돌려서 빼먹으면 참 맛나는데...



조림에 좋다는 병어, 여기서는 회도 가능하겠지. 음... 먹고 싶은게 너무 많다. 



포장 택배도 가능하다고 하던데, 확 병어랑 같이 집으로 보내버릴까?



혼자서 신나게 구경하고 있는데, 너님은 벌써 우리가 먹을 생선을 골랐다. 음... 아직 뭐 먹고 싶다고 말 안했는데, 결정을 못했는데...



너님의 선택은 돔. 옆에 있는 우럭은 서비스. 엄청 큰 눔인데, 글쎄 가격이 3만원이란다. 서울에서는 3만원으로 우럭을 먹을 거 같은데, 여긴 돔이다. 2명뿐이라서 너무 아쉬웠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회를 먹는건 쉬운 일이 아닌데, 몇사람만 더 있었다면 하모에, 전어에, 병어, 전복 등등 다양하게 먹을텐데... 여기서 급모임을 할수도 없으니 그저 야속하기만 했다.



회를 맡기고 2층 식당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시장 옆에 이상한 공간이 있어 가보니, 경매를 하는 곳이란다. 같은 공간에서 경매를 하고, 바로 판매를 하니, 신선해? 안해? 진짜 말해 뭐해다. 고흥 앞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이라는데, 진짜 엄청난 산지 파워다.



2층 식당은 야채와 매운탕 값만 받고 1층에서 만든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서울도 이런 시스템이라서 낯설지 않았다. 



난이네 초장집. 우리가 첫 손님이라니, 정말 일찍 갔나보다. 



양념야채 +  매운탕 =  6,000원이란다. 복분자부터 소주까지 다양한 주류가 있지만, 남도에 왔으니 무조건 잎새주를 마셔야지. 하지만 마실 수 없었다. 남은 여행코스가 너무 많은데, 시작부터 음주는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모닝 회답게 안주가 아닌 식사로...



상추와 깻잎, 고추, 당근, 마늘, 다시마, 쌈장 그리고 초고추장과 간장. 여름에 깻잎향이 좋다고 하더니, 장난 아니다. 더불어 마늘도 적당히 알싸하니 좋았다. 주인장이 매운탕과 지리 중 무엇을 하겠냐고 물어봤다. 횟집이니 당연히 매운탕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긴 지리(맑은탕)도 있다. 이번에도 결정을 못하고 있으니, 너님이 알아서 매운탕으로 주문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나온 회. 음... 아까 분명히 엄청 큰 돔이었는데, 이렇게 회로 나오니 뭔가 이상하다. 모든 과정을 다 지켜봤어야 하나? 아까 본 돔이 덩치만 클뿐 살은 별로 없었나? 이거 확인할 방법도 없고, 의심병이 너무 과한 거 같기도 하고, 그냥 믿기로 했다. 그래야 내 속이 편할테니까.



분홍빛이 도는 너는 돔.



돔에게 자리를 많이 양보한 너는 우럭.



먼저 돔부터 아~함. 근데 활어는 쫄깃함이 우선인데 이건 너무 부드럽다. 쫄깃함도 있지만, 중간중간 부드럽게 스며드는 맛이 느껴졌다. 활어에서 선어의 맛이? 그런데 먹다보니, 회의 모양이 뒤죽박죽이다. 전문가 솜씨는 아닌 거 같다. 뭉개진 부분도 있고, 튀김 먹다가 떨어지는 부스러기처럼 회 부스러기가 있었다. 그래서 맛이 이렇게 다양하구나.



서비스로 받은 우럭이 돔에서 느끼지 못한 쫄깃함을 안겨줬다. 너무 쫄깃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꼭꼭 씹어야 했다.



회는 절대 쌈으로 안 먹는데, 둘이서 먹기엔 양이 많다보니 이런 호사를 누렸다. 4~5점을 한꺼번에 올리고, 쌈장에 마늘까지 올려서 아~함. 깻잎향과 함께 회가 녹는다 녹아.



회를 다 먹어갈때쯤, 등장한 매운탕과 함께 나온 밑반찬. 누가 남도 아니랄까봐, 밑반찬도 좋다. 가장 평범했던 가지볶음, 청양고추가 들어가 매콤하면서 맛깔난 멸치볶음, 설익은 듯 생감자가 씹히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던 감자볶음, 여름 김치답게 아삭하고 시원한 열무김치 그리고 너무 메말라있던 묵은지.



매운탕이 나왔을때, 뭔가 이상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매운탕은 우선 국물이 엄청 진하다. 생선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층이 생겨야 하는데, 이건 뭐랄까? 지리에 고추가루를 탄 듯, 너무 깔끔하다. 그리고 재료가 너무 간단하다. 돔, 우럭 대가리와 뼈, 무, 양파, 대파, 부추. 여기에 수제비도 들어가도 쑥갓에 미나리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단촐하다. 아무리 남도음식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여기 매운탕은 별로구나 했다. 



남은 회는 샤브샤브처럼 먹기 위해 매운탕 속으로 풍덩. 



회를 먹다가 남았을 경우에는 이렇게 샤브샤브로 먹으면 좋다. 아~ 갯장어를 이렇게 먹어야 하는데...



앞접시에 매운탕을 덜었는데도, 서울에서 봤던 그 비주얼이 아니다. 여전히 기름층도 없이 깔끔한 국물이다. 이거 매운탕 맛도, 지리 맛도 안나고, 중간 어딘쯤 이상한 맛이 나면 어쩌지 했는데, 여기는 남도, 음식하면 남도는 진리다. 앞으로 절대 의심하지 않을 생각이다. 매운탕의 깊은맛도 느껴지면서, 국물이 엄청 깔끔 개운하다. 들어간 재료가 진짜 별로 없는데, 깊고 깊은 국물맛은 어찌하면 좋을까 싶다. 여기서 아주 강하게 흔들렸다. 이건 잎새주랑 함께 해야 하지만, 날씨앱을 보고 난 후 흔들림은 멈췄다. 



매운탕의 핵심인 생선 대가리에 도전했다. 어두일미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거 진짜, 아 진짜 엄청나다. 매운탕을 먹을때, 대가리부분을 공략하지만 늘 눈부위는 안 먹었다. 아무리 싱싱하다고 해도, 눈부위만은 도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녹동회타운에서 드디어 성공을 했다. 


그리고 왜 산지가 좋은지 드디어 알게 됐다. 눈부위를 빼서 정확히 정중앙을 젓가락으로 살짝 누르면 녹색빛깔을 내는 투명한 젤(젤리)같은 무언가가 나온다. 이거 먹어도 되나 싶어 처음에는 포기하려고 했는데, 왠지 안 먹으면 후회할 거 같아서 먹었다. 몽글몽글한 식감인데 딱히 무슨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목으로 넘기고 난 후에 약하지만 고소함과 오일리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정체를 정확히 알수 없지만, 왠지 대박 좋은 거라는 느낌이 들어 너님에서 물어봤다. "눈알 드세요?" 나 다 먹으란다. 그래서 대가리를 뒤집어서 다시 도전했다. 동공, 수정체, 홍채 중 하나일텐데, 암튼 한번도 본적도 먹어본적도 없는 걸 먹었다. 왠지 산지가 아니면 절대 먹을 수 없을 거 같다. 돔을 시작으로 우럭까지 모든 눈부위를 다 먹었는데, 아쉽게 우럭에서는 투명젤이 나오지 않았다. 


왜 산지가 좋은지 이제는 완벽하게 알았다. 제철음식을 먹으러 왜 산지로 가는지 정확하게 알았다. 더불어 돔에서 맛봤던 투명젤을 다시 먹을 수 있을까? 서울에서는 먹기 힘들겠지. 역시 남도에 또 가야 하나. 차라니 남도에 내려가서 살까?! 매운탕 하나가 거주지 이전을 고민하게 만들정도로 참말로 좋아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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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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