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시선/영화2016.09.30 07:30


아수라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 못한 거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그러했다. '이게 무슨 내용이야. 지들끼리 쳐먹고 싶은데, 안되니깐 싸우고 죽이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중간에 낀 우성님만 불쌍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가지고 이렇게 밖에 못 만들었나 싶다. 영화 아수라보다는 차라리 무한도전 아수라편이 더 나을 거 같다.



나쁜눔인데 착한척 연기하는 황정민, 그의 똘마니 주지훈. 착한눔인데 나쁜척 연기하는 곽도원과 정만식.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낀,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정쩡한 정우성. 아수라는 5명의 나쁜 아닌 악한 눔들의 이야기이다. 


정의감 넘치는 시장(황정민)은 알고보니 개쓰레기. 정의감이 넘쳐야 하는 검사(곽도원)은 스파이 하나 잡아서 녀석만 족치는 개쓰레기. 시장의 오른팔이었다가, 검사에게 발목이 잡혀 스파이 노릇을 하게 되는 형사(정우성)도 개쓰레기. 정우성과는 형제처럼 지내지만, 황정민 끄나풀이 되고 난 후부터 점점 눈에 뵈는게 없어진 문선모(주지훈). 그리고 정우성 똘마니 짝대기(김원해)와 검찰 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등등. 


"이기는 편이 내편이다." 내레이션에서 정우성 한 말이다. 이겨야 의리가 있는 거고, 이겨야 힘이 있는 것이다. 이기는 자 앞에서 충성을 다하는 그. 그에게 정의가 있을까? 물론 없다. 그런데 자꾸만 그에게 정의를 물어보고, 찾으라고 한다. 넌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 이제는 올바른 인간이 되라. 그게 한순간에 가능할까? 피 묻힌 손을 씻는다고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바뀌려면 확 바뀌던가? 아니면 그냥 살지. 이쪽 저쪽 왔다갔다 하다가 팽 당한 박쥐로 전략하는 그가 안쓰럽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정우성의 내레이션, 그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럼 정우성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영화는 정우성이 주인공이라고 막 알려주는데 자꾸만 시선은 황정민에게 꽂힌다. 황정민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너무 극명하게 들어난다. 무게감부터 몰입도까지 황정민이 있어야 그나마 볼만하다. 내가 아무리 우성님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야기의 흐름은 황정민이 책임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착한척하는 나쁜눔, 나쁜척하는 착한눔, 그리고 중간에 낀 눔. 이렇게 그들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계속 정우성만 못 살게 굴다가 드디어 우성님이 나 몰라요 알아서들 해요 하면서 자리를 만들어 준다. 이때부터 영화는 피가 판치는 아수라장이 되어 간다. 영웅본색을 따라 한건가? 아니면 대부를 따라 한건가? 어디서 본 듯한 거 같은데, 자세히 보면 본 적이 없다. 한국식 액션이라고 해야 할 거 같은데, 한국식이라는 말이 아깝다. 그냥 피범벅 파티 정도... 감독에게 묻고 싶다. 왜 이런 선택을 하셨냐고???


지금부터는 소설임을 밝힌다. 아수라를 보고 난 후, 이런 상상을 했다.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오는 CJ엔터테인먼트. 그동안 CJ만들었던 영화, 국제시장, 연평해전 그리고 인천상륙작전. 자신들의 주군에게 빕스 스테이크를 먹게 하기 위해, VIP가 좋아할만한 영화를 몇년 동안 줄기차게 만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주군이 빕스 스테이크를 드셨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살짝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한때는 변호인을 만든 회사인데, 주군땜에 그동안 너무 빨아줬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하지 말자. 


그래서 탄생한 영화가 아수라. 제 2의 변호인은 아니더라도, 부패한 정치인과 타락한 공권력에 대해 제대로 한방을 날리고 싶었을 것이다. 대놓고 말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어, 화려한 배우진으로 연막작전을 펼쳤다. 이정도면 됐을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내용이 내용인지라, 연막작전에, 스토리를 우회적으로 만들고, 절대 사실이 아니라 허구라고 했지만, 자꾸만 누군가가, 한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떠오른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것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영화 속 인물이 현실 속 인물보다 더 평범하게 보이고, 더 약해 보인다. 영화가 현실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니, 현실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아니 할 수는 있지만 대놓고 하기 어려운 극단을 선택을 했다. 더불어 아직은 누군가의 눈 밖에 나면 안된다. 자유를 얻기 했지만, 완전한 자유는 아니기에, 대놓고 풍자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변호인을 만든 영화사인데, 폼생폼사는 아니더라도 예전의 명성은 찾고 싶다. 그럼 방법은 단 하나뿐. 누굴 죽이고, 누굴 살리고, 이런 머리 아픈 선택을 왜 해. 그냥 다~ 한 눔도 빠짐없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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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과 곽도원 둘만 나오는 장면은 곡성 후편인가 했다. "효진아." 대신 "앰블런스 불러주세요." 두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순간 착각에 빠질만큼 곡성과 너무 비슷해서 황당했다. 


알마니 옷 한번 못 입고, 그 좋은 바디는 아재 스타일 가죽잠바로 감춰야했던, 대신 잘생김을 주지훈에게 양보해야 했던 우성님이 너무나 불쌍했다. 잘생긴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에 비굴하게 무릎이나 꿇고, 팽이나 당하고, 영화내내 잘생김이 들어나지 않아서 너무나 속상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알면서도 어쩔 수 없네요." 정우성의 내레이션. 영화 아수라를 대변해주는 말인 거 같다.'나도 이 영화가 이럴 줄 알았어요.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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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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