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시선/영화2016.10.11 07:30


벌써 12년이 지났다. 2004년 겨울, 뚱뚱 아니 통통한 브리짓 존스라는 한 여자를 만났다. 엉뚱발랄한 매력이 참 멋진 여자였다. 더구나 잘나가는 바람둥이에 훗날 킹스맨이 될 남자까지 그녀의 연애가 너무 부러웠다. 킹스맨과의 달달한 키스로 그녀의 우울한 싱글 생활은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10년(12년이라고 해야 할텐데, 암튼...)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화려해 보이는 우울한 싱글녀다. 12년 전 친구를 다시 만난 듯, 겁나 반가웠던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Bridget Jones's Baby)다.



12년의 세월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싶다. 노화가 너무 빨리 찾아 오셨다. 영화에서 43번째 생일을 혼자 보내는 브리짓 존스(르네젤위거), 그녀는 실제 69년생이다. 한때는 브리짓의 남자였지만, 지금은 매너가 사람을 만드는 킹스맨으로 유명한 마크(콜린퍼스). 영화에서 그가 몇살인지 나오지는 않지만, 느낌상 40대 후반일 거 같다. 그런데 그는 60년생이다. 결론은 영화 속 나이보다 더 많다는 거, 보톡스라도 많이 맞고 나오지. 40대 초반과 후반으로 보이지 않는 그들땜에 영화 초반 너무 어색했다. 


그런듯, 저런듯 어떠하리. 오랜만에 그들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브리짓와 마크는 만났는데, 그런데 다이엘(휴그랜트)은, 전편에서 브리짓와 헤어졌으니, 안 나오는게 당연한데, 그가 나온다. 아주 잠깐이지만, 이번에도 그의 존재는 엄청나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브리짓 존스하면 떠오르는 음악, 오빠만세(all by myself). 역시나 또 나온다. 그녀를 위로해주는 노래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지만."내가 어쩌다 또 이 꼴이 됐을까?"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10년이 지났지만, 멋진 남친 없이 여전히 싱글인 그녀. 


"예쁜 아이와 턱이 멋진 남편이 내 옆에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브리짓는 그저 일만 열심히 하는 여성일 뿐이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마크를 다시 만난다. 그런데 이런 된장, 글쎄 마크가 유부남이다. 둘의 사랑은 영원할 줄 알았는데, 아무리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렸다고 해도, 그가 유부남인 거 너무 충격이었다. 킹스맨이 되더니, 인기가 고공행진을 했나보다. 전편에서는 그저 순박하고 찌질한 시골출신 변호사였는데 말이다.




시간은 정말 어쩔 수 없나보다. 콜린 퍼스는 그나마 중년의 매력이라도 있지. 르네 언니는 세월의 폭탄을 고스란히 맞은 거 같아서 안쓰럽다. 그래도 운동은 열심히 했는지, 몸매는 그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킹스맨의 효과가 너무 크다. 전편에서 연애를 못하는 마크가 겁나 멋져보이니 말이다. 10년이란 시간이 그들에게 준 건,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진리였다. 언제나 어긋나는 타이밍때문에 그들은 헤어졌다. 사랑은 타이밍,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하~ 응팔에 나왔던 대사구나.



다니엘 대신 등장하는 인물, 잭(패트릭 뎀시). 킹스맨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휴그랜트의 그림자는 지울 수 있어야 하는데, 그의 존재가 너무 미비하다. 이러니 영화의 결말이 처음부터 보였다.


몇 년후, 브릿존스의 베이비와 같은 드라마가 나올 거 같긴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거 같다. 주제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비슷한데, 소재는 겁나 과감하기 때문이다. 제목에 나와 있는 어아마, 어아잭의 의미는 어차피 아빠는 마크, 어차피 아빠는 잭이다. 어남택과 어남류는 남편이지만, 영화는 남편보다는 아빠가 먼저다. 브리짓 존스는 몇일 간격으로 잭과 그리고 마크와 끈적한 밤을 보낸다. 친환경 콘도(?)가 갖고 온 엄청난 후폭풍으로 임신을 하게 된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제목 그대로 그 베이비의 아빠는 누구니? 이게 영화의 핵심이자 한줄 줄거리다. 참 단조로운 스토리이지만, 그들의 연기력으로 영화는 탄탄하게 잘 이어져 간다. 여전히 계속 되는 르네 언니의 몸개그도 그렇고. 여전히 소심한 마크도 그렇고. 잭은 엄청 멋진 남자로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자꾸만 다니엘이 그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네 언니가 있어, 영화는 소소하고 잔잔한 웃음을 지속적으로 준다.



설마 4편은 안 나오겠지. 만약 10년 후에 또 나온다면, 비포 선라이즈와 다를게 뭐가 있을까 싶다. 100% 여성취향 영화인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영화는 판타지라는 걸 굳이 안 알려줘도 되는데, 또 꾸역꾸역 알려주고 있다. 그래 안다. 영화와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그래도 비포 선라이즈처럼 운명적인 기차 만남을 꿈꾸듯, 브리짓 존스처럼 킹스맨을 꿈꿔봐도... 돈 드는거 아니니깐, 그래도 되겠지.


브리짓는 사랑은 계산으로 하는게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DNA검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아빠가 그였다는 거 알았나보다. 팬의 입장에서 아무리 인기가 있더라도,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다. 콜린아저씨는 킹스맨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영웅본색처럼 쌍둥이라고 설정하면 큰 무리가 없을거 같은데... 오빠만세도 반갑지만, 정말 반가운 누군가의 노래가 나온다. 혹시나 해서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봤는데, 오호~ 당당히 그의 이름과 노래가 나왔다. 브리짓 존스를 봤으니, 이참에 내 이름은 김삼순을 다시 볼까나?! "아빠, 내 심장이 딱딱해 졌으면 좋겠어." 



※ 수정합니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가 2편인 줄 알았는데, 잘못 알았네요. 2001년에 브리짓 존슨의 일기가 나왔고, 2004년에 2편에 해당되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이 나왔네요. 영화 두편을 하나로 착각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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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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