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깐2016.10.21 07:30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언제나 이곳을 찾게 된다. 누군가의 소개로 갔던 거 같은데, 현재 여기를 알려준 사람은 기억나지 않지만, 여기 우동만은 생생하다. 특별한 거 하나 없는데, 이상하게도 추워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발길은 이곳을 향한다. 목동아파트 12단지 상가에 있는 일번지 포장마차다.



언제부터 여기를 오게 된걸까?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따져보면 10년은 넘었던 거 같다. 봄, 여름에는 이 곳이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면, '아직도 있을까? 여전히 있겠지'하는 맘으로 찾게 된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되면, 이상하게 이 집 우동이 땡긴다. 그렇게 일년에 2~3번 정도 이곳을 찾게 되는 거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곳을 향했다. 



상가내 지하에 있다. 



여기는 참 변함이 없는 곳이다.



우동이 4,000원이었던가? 3,000원이었던 거 같은데, 언제 올랐지. 아무튼 원래 계획은 따끈한 우동 한그릇 먹자였다. 그런데 앉을 자리를 찾던 중, 구석에서 혼술을 하고 있던 남성분 발견. 여기도 퀄리티 있는 분이 있다니, 그럼 나도... 우동에 녹색이를 주문하면 딱 좋지만, 여기는 우동만 먹을 경우 술을 마실 수 없다. 즉 음주를 하려고 한다면, 다른 안주를 주문해야 한다. 포장마차답게 다양한 안주가 있다. 뭐가 좋을까? 깊게 고민을 하면 결정장애가 올 수 있으니, 포장마차에서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안주 오돌뼈를 주문했다. 



우동이 아니라 술과 안주를 주문했더니, 우동면이 없는 국물과 단무지, 김치 그리고 양념장이 나왔다. 포장마차 오돌뼈라면, 고추가루 팍팍, 양파, 깻잎, 마늘, 고추 등을 넣고 매콤하게 볶아서 나온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여기도 당연히 그러할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온리 오돌뼈만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나왔다는 건, 양념을 진짜 잘해서 거추장스런 채소는 필요없다는 의미인가 싶어 먹었다. 내 이럴줄 알았다. 입에 넣고 아직 씹지도 않았는데, 특유의 누린내가 진동을 한다. 13,000원이라는 가격, 이래도 되는가 싶다. 양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참 부실하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다. 몇 번의 실패 후 계란말이만을 주문했었는데, 그새 그걸 잊었나보다. 



우동에 들어가는 양념장을 쳐발라서 먹어보려고 했지만, 무리다. 뭔짓을 해도, 올라오는 누린내를 막을 방도가 없다. 오돌뼈를 포기하고, 계획했던대로 우동을 주문했다. 



주문이 들어가면, 그 즉시 면을 뽑아서 만든다. 그래서 우동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우동을 기다리면서, 오돌뼈는 저 멀리 보내버리고 단무지에 양념장을 올려 만든 안주로 녹색이 한잔을 했다. 매콤 달달 아삭하니, 오돌뼈보다 훨 낫다. 



우동이라 쓰고 가락국수가 부르고 싶은 우동. 어릴적 기차를 타면, 다른 정거장은 5분정도 정차를 하는데, 유독 15분을 정차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대전역이다. 15분이라는 시간을 준 이유는 대전역 플랫폼에서 파는 가락국수때문이었다. 그래서 대전역에 도착을 하면 무조건 내리고, 무조건 가락국수를 먹었었다. 아쉽게도 너무 어릴때 일이라,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먹었던 가락국수와 일번지 포장마차의 우동은 같은 맛은 아닐 것이다. 일번지가 양도 많고, 퀄리티도 높고 다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기 우동을 먹으면 어릴적 대전역에서 먹었던 그 가락국수가 생각이 난다. 



일번지 포장마차의 우동은 우선 양이 참 많다. 둘이서 한그릇을 먹어도 충분할만큼 양이 많다. 즉석에서 뽑아서 그런지, 탱탱한 면발도 참 맘에 든다. 튀김부스러기를 잔뜩 주는 것도 맘에 들고, 파에 김가루까지 특별한 재료는 1도 없는데, 묘하게도 끌리는 맛이다. 



탱탱한 면발은 10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좋다. 



나의 혼술은 이제부터야. 이슬이 안에는 처음이가 들어 있다. 



알맞게 익은 김치와 우동의 조화는 말해 뭐해다. 칼국수에는 겉절이가 좋지만, 우동에는 익은 김치가 좋다. 



여기 우동을 먹는 법은 따로 있다. 우선은 양념을 추가하지 않고, 처음 나온 그 모습대로 50%를 먹는다. 나머지 50%는 양념장을 추가해 매콤하게 먹는다. 시작은 무난하게 마무리는 화끈하게, 이렇게 먹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매콤버전으로 시작했다. 



왜냐하면 안주이니깐. 양념장을 2큰술이나 팍팍 넣어서, 녹색이에 어울리는 안주로 만들어 먹었다. 


또 잊어버릴 수 있으니, 이렇게 남겨둬야겠다. "일번지 포장마차에서 안주는 무조건 계란말이야." 10년이 넘도록, 우동 하나만은 참 좋은 곳이다. 다른 안주들도 참 좋으면 더더욱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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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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